문재인 대통령이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 '간섭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간 정치적 외압에 시달려온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신력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간담회가 열렸다. 앞서 이날 오전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를 일반 관객들과 함께 관람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언희 감독, 공효진, 엄지원이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 무대에도 등장해 인사했다.
현직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한 것은 2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호 이사장은 "대통령이 영화제에 찾아와 관객과 직접 만나는 것은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는 것 자체에 대해영화제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 또한 "대통령이 말했듯 나라는 국민이 지키는 것"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 또한 국민이 지키는 영화제, 관객이 만드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 사람이라 부산국제영화제가 자랑스럽다"며 "2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 당시부터 공식적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와서 영화를 보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고 하니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근래 여러가지 정치적 영향 탓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많이 위축됐다고 해서 가슴이 아팠다"며 "지금도 많은 영화인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결국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되살리는 의미로 금년 영화제 폐막을 끝으로 물러난다는 용단까지 내렸다"고 부산국제영화제가 처한 상황을 되새겼다. 또 "그런 마음들이 모여 부산국제영화제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고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은 지난 3년 간 부산국제영화제가 겪은 정치적 외압에 관해 언급하며 영화제를 위한 '간섭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는 외압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다. 일부 유관 단체들의 보이콧은 여전히 철회되지 않고 있으며, 영화인들 참여도 저조하다. 문 대통령은 현재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상화시킬 방법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국제적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정부와 부산시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으로, 영화인들이 최대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정부가 그 뒤에 이런저런 개입을 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수그러드는)현상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문 대통령은 "도 장관이 영화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저는 거기 더해 최대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영화제 운영을 전적으로 (영화인들에게)맡기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현 정부의 의지를 밑고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아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