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토르:라그나로크' 모든것을 잃은 신이 성장하는 유쾌함

[쿡리뷰] '토르:라그나로크' 모든것을 잃은 신이 성장하는 유쾌함

기사승인 2017-10-24 00:00:00

천둥의 신 토르가 머리카락을 잘랐다. 성경에서 삼손은 머리카락을 자른 뒤 모든 힘을 잃는다. 머리카락을 잘린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또한 망치 묠니르를 잃고 우주의 밖을 떠돈다. 그러나 ‘토르 : 라그나로크’(이하 ‘토르 3’·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는 모든 것을 잃은 토르가 새롭게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토르 3’에는 토르의 상징과도 같은 머리카락과 망치 대신 토르가 어떤 신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그의 본질을 찾아내는 과정이 담겼다.

신들의 땅 아스가르드에 멸망의 전조인 라그나로크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토르는 큰 전투를 치르고 온다. 막상 돌아온 아스가르드에서는 죽은 줄만 알았던 로키(톰 히들스턴)가 오딘(앤소니 홉킨스)으로 변장해 통치자 노릇을 하고 있다. 토르는 로키가 유배시킨 오딘을 찾아가지만, 오딘은 자신의 수명이 다했음을 고하고 죽음을 맞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도 없이 둘 앞에는 죽음의 신 헬라(케이트 블란쳇)가 나타난다. 헬라는 자신이 오딘의 첫번째 딸이었으며, 오딘이 9개의 왕국을 정복하는 동안 선봉장이었음을 고하고 아스가르드를 손에 넣겠다고 선언한다.

강대한 헬라의 힘에 토르와 로키는 우주의 변두리로 튕겨져 나간다. 우주에서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이들만이 모인 쓰레기 별로 떨어진 토르. 그 곳에서 토르는 힘을 잃고 쓰레기 별의 그랜드마스터(제프 골드블럼)가 경영하는 무투장의 선수로 강제 출전한다. 그리고 그 무투장의 챔피언이 2년 전 소코비아 사건 당시 실종된 헐크(마크 러팔로)라는 것을 알고 반가워한다.

‘토르 3’의 가장 큰 강점은 비로소 ‘토르’ 시리즈가 히어로 영화다운 경쾌함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건강한 영웅 토르와 대비되는 뒤틀린 동생 로키의 모습은 필연적으로 ‘토르’ 시리즈에 음습함과 어둠을 부여했다. 형에게 매사 열등감을 갖고 있는 입양아 동생의 이야기가 단지 코믹하게만 소비되기는 어렵다. 더불어 ‘토르 1’ 당시의 저예산 정책이 맞물리며 ‘토르’ 시리즈는 마블 히어로 시리즈 중 가장 해맑은 히어로 토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톤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타이카 와이티티의 ‘토르 3’는 주요 인물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한 단계 밝아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토르는 더 이상 로키의 장난에 속아주지 않으며, 로키 또한 이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떠밀려서라도)하게 된다. ‘토르 3’ 직전에 개봉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무비가 ‘토르’시리즈보다 10배는 밝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임을 감안하면 당연하게까지 느껴지는 선택이다. 웅장한 아스가르드와 쓰레기 별의 화려함 속에서 어둠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헐크와의 대결 또한 즐거운 관전 포인트다. 영화 곳곳에 시리즈의 팬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가 숨어 있어, 이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를 본 관객이라면 두 배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형제의 시련으로 주어진 빌런 헬라의 캐릭터 디자인은 아쉽다. 맹목적인 악의는 시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쿠키 영상은 두 개다. 오는 25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