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침묵'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얼마나 얄팍한가

[쿡리뷰] '침묵'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얼마나 얄팍한가

'침묵'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은 얼마나 얄팍한가

기사승인 2017-10-27 15:02:59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의 주인공 임태산(최민식)은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굴지의 기업인 태산그룹의 회장인 그는 사업가로 성공했으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정계까지도 임태산의 손 안에 있으며 아름다운 가수 유나(이하늬)와 약혼했다. 누가 봐도 사회적 성공의 정점에 오른 남자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나가 사망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살인범으로 지목된 이는 다름아닌 외동딸 미라(이수경). 유나의 사망 당시 만취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미라는 유력한 용의자로 구속기소된다. 미라가 유나를 싫어했다는 정황과 증거 등은 미라를 살인범으로 몰고 간다. 변호인으로 선임한 거대 로펌도 미라의 죄를 인정해 형량을 줄이자고 권한다. 그러나 임태산은 딸의 무죄를 주장한다. 결국 미라의 무죄를 믿고 있는 희정(박신혜)을 미라의 변호인으로 선임한다.

임태산과 희정은 미라가 무죄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쉼없이 증거를 찾아헤맨다. 하필이면 상대 검사 또한 희정과 악연으로 얽혔다. 증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법정 공방은 제자리를 맴돈다. 일 보 전진하면 일 보 후퇴하는 식이다. 그러던 중 의외의 외부인에 의해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임태산은 진실을 앞에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침묵’은 세 개의 반전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다소 뻔한 법정스릴러로 보일지 모르나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얽히며 만들어내는 결들은 섬세하게 짜여 있다. 한 각도에서만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 없듯, 다각도로 사건이 조명되며 드러나는 정황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짜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 끝내 드러난 진실은 인물 모두를 침묵하게 만든다. 그 진실을 비롯해 그것을 둘러싼 지독한 부성애까지, 이유는 다양하다. 연기력을 논할 필요도 없는 배우 최민식은 시나리오 속에서 완벽하게 녹아들어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몰아댄다. 최민식의 표정과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풍기는 찜찜함은 엄청난 흡입력을 자랑한다.

박신혜 또한 사람이 가진 선함을 믿는 희정을 만나 따뜻한 매력을 충분히 선사한다. 태산의 딸 미라 역을 연기한 이수경은 스크린에서 내내 눈에 띈다. 원래대로라면 새엄마가 됐을 여자의 살인범으로 몰려 법정에 선 스무 살의 어린애를 손색없이 연기했다. 15세이상 관람가. 다음달 2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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