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미옥' 여성 중심 서사 없었다… 김혜수만 빛나는 고군분투

[쿡리뷰] '미옥' 여성 중심 서사 없었다… 김혜수만 빛나는 고군분투

기사승인 2017-11-06 17:18:17


여성 주인공 원톱 영화를 기다려왔던 관객들이라면 너나없이 영화 ‘미옥’(감독 이안규)의 개봉 또한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옥’은 여성 원톱 영화도, 여성 중심의 느와르도 아니다. 당초 ‘미옥’의 원제목은 ‘소중한 여인’. 주인공을 일컫는 제목이 아닌, 영화 속 남자들이 말하는 소중한 여인 미옥을 가리키는 제목에 가깝다.

범죄 조칙에서 대기업, 통합 그룹으로 변화하고 있는 재철그룹. 재철그룹의 회장 김재철(최무성)의 오른팔 나현정(김혜수)은 대외적으로는 고급 미용실이지만 사실은 주력 인사들의 성 접대 로비를 하는 살롱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도 지금도 재철의 행동대장인 상훈은 현정과 재철이 만드는 재철그룹의 마지막 작전에서 두 사람 대신 손에 직접 피를 묻힌다. 아무 것도 보상받지 못해도 그가 재철그룹의 개로 사는 이유는 재철을 따르는 동시에 현정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정은 주력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하는 동시에 이를 영상화해 약점으로 만든다. 현정에게 약점을 잡힌 인사 중 하나가 최대식(이희준)이다. 최대식은 검사장의 딸과 최근 결혼한 법조계의 스타로, 재철그룹의 비리와 범죄 의혹을 파헤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현정에게 약점을 잡히고, 제 자리 보전도 하기 힘들게 되자 현정과 상훈을 이간질하기 시작한다. 서로 지키고자 하는 게 다른 현정과 상훈은 대립하게 되고, 재철그룹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미옥’은 범죄 느와르를 목표로 한 이라면 즐기기 충분한 90분을 제공한다. 그러나 김혜수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를 보고 여성 중심의 서사를 상상한 관객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김지운의 ‘달콤한 인생’이후로 단 하나도 변하지 않은 폭력적이고 남성 위주인 서사 속에 단지 김혜수가 끼어 있을 뿐이다. 캐릭터가 극대화된 연기도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이 김혜수의 장기지만, ‘미옥’은 김혜수가 만들어낸 현정을 그저 모성과 성애의 대상으로 소비하는데 그친다. 영화의 주인공은 상훈이며, 모든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도 상훈이다.

영화를 넘어서 만화적으로 과장된 상상이지만 배우들의 고군분투는 극을 리얼하게 만든다. 기이하게까지 느껴지는 현정 캐릭터의 스타일링까지도 현실적으로 만드는 김혜수의 연기는, 경탄보다는 ‘과연 김혜수에게 주어질 수 있는 캐릭터가 이 정도뿐인가’하는 아이러니함을 안긴다. 앞서 ‘미옥’ 제작보고회에서 이안규 감독은 "느와르 영화에는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는 많이 나오는데, 여성 캐릭터는 팜므파탈 혹은 톰보이 캐릭터로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이를 메인 플롯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팜므파탈, 톰보이를 뺀 느와르 속 미옥에게 감독이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모성과 성애뿐이었지는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초반 5분 동안 이어지는 성 접대 장면은 자극적이고 불필요하다. 오는 9일 개봉 예정.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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