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행사는 2006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2013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은 경주엑스포의 3번째 글로벌 여정이자,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첫 국제행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교류협력 관계를 미·중·일·러 등 주변 4대 강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신(新)남방 정책’을 공식 발표한 뒤 동남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문화·경제 행사다.
이 때문에 한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등 국내외의 관심이 더욱 이곳 ‘호찌민’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대가 커지는 만큼 주최 측의 부담과 책임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10일 경상북도와 경주시, 엑스포 조직위, 호찌민시 등은 23일간(11.11~12.3)의 문화대장정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동우 경주엑스포 사무총장은 “최근 경제와 관광 등에 있어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열리는 이번 엑스포를 역대 최고의 행사로 만들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미리 보는 개막식과 축하공연
11일 9.23공원에서 경북유림들이 서제(序祭·고유제)를 통해 행사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면서 호찌민-경주엑스포의 본격 시작을 알린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초헌관으로 직접 참여한다.
대망의 개막식은 11일 오후 7시(한국시간 오후 9시) 호찌민시청 앞 응우엔후에 거리 특설무대에서 성대하게 펼쳐진다.
응우엔후에 거리는 호찌민시를 대표하는 광장으로 호찌민 여행의 중심이자 각종 행사가 끊임없이 열리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광화문 광장과 같은 곳이다.
개막식에는 ‘호찌민-경주엑스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응우엔 탄 퐁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을 비롯한 공동조직위원, 주요 초대 손님, ‘실크로드 청년문화교류 대장정’ 탐험대, ‘한·베 청년공감로드쇼’ 서포터즈, 베트남 국민 등 1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임에도 개막 축하영상메시지를 보내는 등 큰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식은 식전공연과 응우엔 탄 퐁 호찌민시장의 개막선언, 김관용 도지사의 개막기념사, 주요 초대 손님의 축사 등이 이어진다.
한국과 베트남은 개막식을 위해 전 세계 관객을 감동시킬 의미 있는 축하공연을 준비했다.
베트남 측은 봉생민속무용극장의 남녀무용단원과 작은별 무용단의 공연 ‘봄의 축제’, 가수 레 꾸엔과 무용단의 ‘봄의 햇살’, 가수 비 하 쩜과 ABC무용단이 함께 하는 ‘호찌민의 노래’등으로 베트남의 매력을 드러낼 예정이다.
한국공연단은 무용극 ‘함께 피는 꽃’을 선보인다. 천년고도 신라의 아름다운 왕궁을 배경으로 남녀 무용수 34명이 역동적인 춤과 노래, 예술을 선보인다.
이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무대는 ‘문화’라는 아름다운 인연의 꽃을 함께 피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프롤로그, 왕과 왕비의 행렬, 축제의 밤, 인연, 북의 합주, 피날레, 커튼콜 및 내빈 퍼포먼스 등 7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영상 속에서 성덕대왕 신종이 모습을 드러내고 신비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신라왕경과 궁궐의 모습이 보이고 왕과 왕비, 제사장, 무희들, 화랑들이 무대 위로 입장한다.
왕경의 밤과 계림을 배경으로 무희들의 춤과 화랑무가 펼쳐지고 동궁과 월지를 배경으로 반고무, 무희와 화랑의 듀엣무가 펼쳐져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이뤄 한줄기 빛이 비추면서 염원이 하늘에 닿아 성덕대왕 신종이 다시 울려 퍼지며 120송이 연꽃이 무대 위를 수놓는다.
공연의 피날레는 전 출연진이 등장해 희망의 미래를 울리는 북의 합주, 한국과 베트남 무용단이 함께하는 연꽃 춤으로 두 나라의 화합과 미래를 상징하게 된다.
개막식에는 1350년 전 신라시대 군악대를 그대로 재현한 신라고취대와 러시아, 캄보디아 공연단도 축제의 분위기를 띄우며 한국과 세계 각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을 예정이다.
응우엔후에 거리에서 개막식 리허설을 관람한 딘 티 란 흥(25)씨는 “공연과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동안 구경했다”며 “가장 기대되는 개막식과 한-베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을 친구들과 함께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베일 벗은 한국문화존
한국과 경북의 다양하고 우수한 문화를 알릴 ‘한국문화존’도 제 모습을 갖추고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한국 전통의 선(線)을 모티브로 건축미를 구현한 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행사 전 기간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문을 여는 ‘한국문화존’은 한국과 경북의 문화를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하는 행사 대표 콘텐츠로 신라역사문화관, 경상북도·경주시 홍보관, 새마을관, 유교문화교류관 등 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된다.
신라역사문화관은 고대신라와 한민족 최초의 통일국가를 수립한 통일신라까지 천년고도 경주와 신라의 역사, 서역과의 교류역사 조명을 통해 세계도시 서라벌의 위상을 소개한다.
경상북도·경주시 홍보관에는 경북의 위치, 역사 등 경북 소개 콘텐츠들을 집중 배치한다. 경북의 아름다운 사계절과 한류드라마 촬영지, 대표 축제들을 소개하고, 뛰어난 문화유산과 ‘엄마까투리’, ‘변신싸움소’ 등의 애니메이션, 홍보영상 등도 상영한다. 신라 복식 체험, 금관체험, 즉석 사진촬영 등을 통해 관람객들이 온 몸으로 경북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유교문화교류관은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인 만남과 문화교류의 발자취를 조명한다. 베트남 역시 동북아 국가들과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우리와 동질성이 높은 국가다.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유교문화에 있어서 동질성을 조명하고 형제의 나라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이 전시관에서는 화산이씨와 정선이씨 등 고려시대에 한반도에 들어와 정착한 베트남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한-베 유교전통 문화를 소개한다.
이어 서제, 석전대제 및 향음주례, 종가문화, 전통혼례, 전통잔치 등을 전시와 시연을 통해 알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서원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의 유교정신과 관광자원을 함께 소개한다. 책판 찍기, 서예, 가훈쓰기, 전통자수 공예 등 관람객들이 유교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새마을관’은 새마을운동의 발상지인 경북도의 새마을정신을 알리는 전시관이다. 새마을운동의 시작, 한국전쟁 후 힘들었던 한국의 현실에서 희망이 됐던 새마을운동, 나아가 이제는 세계의 희망이 된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표현한다.
전시관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한국과 경북의 다양하고 우수한 문화를 눈과 귀로 담을 수 있는 ‘한국문화존’은 행사기간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해 한국문화를 홍보할 ‘한국관광공사 홍보관’도 마무리 작업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홍보관’ 외관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동계패럴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를 중심으로 한 동계올림픽과 한류 이미지가 눈에 띈다.
내부는 평창동계올림픽 및 한류드라마 등 한류스타 홍보존, 한국의 첨단 ICT기술을 보여줄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AR(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체험존 등으로 구성된다.
동계올림픽 종목인 스노우보드, 스키점프를 VR로 체험하고, 미니컬링장에서 ‘컬링’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은 열대기후 지역인 동남아인들에게 인기를 끌 전망이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동영상 상영, 기념품 전시,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배경 포토존 등을 운영해 평창동계올림픽을 널리 알린다.
한류드라마와 한류스타를 이용한 홍보존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등의 드라마를 상영하고, 출연배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등을 운영한다. ‘한류스타 가상 체험존’은 기존의 단순한 홍보이미지 설치를 넘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한류스타와 만나거나 특별한 사진을 찍는 등 현실감을 높여 베트남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트릭아이 AR체험존’은 한국의 다양한 이미지들과 트릭아트 기법을 결합해 하나의 이미지로 보여주며 재미를 선사한다.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환승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하고 있는 환승관광 연계상품을 홍보하는 등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마련된다.
노트르담대성당 인근에서 만난 여대생 레 야우(21)씨와 친구들은 엑스포 이야기가 나오자 특정 아이돌과 배우의 팬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좋아해 즐겨보고 들었다”면서 “한국에 가보고 싶었지만 아직 가지 못했는데, 한국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호찌민에서 오랫동안 개최된다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호찌민=김희정 기자 shi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