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사인을 의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법의학이 예술작품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저자인 문국진 교수는 국내 1호 법의학자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시도된 적 없는 이런 독특한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고야의 그림 속 ‘마하’의 진짜 주인공을 밝혀내고 차이콥스키의 상인을 검증하는 등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하나 같이 신선해요.
처음엔 예술작품을 분석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반 고흐의 죽음을 밝혀내는 것이 첫 번째 시도였어요. 권총 자살로 알려졌지만 타살 또는 사고사라는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죠. 저자는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 800통과 주변 사람들의 진술, 그의 작품을 모두 분석한 끝에 ‘총창으로 인한 금성범발성 복막염’이 사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이 내용으로 엮은 책 ‘반 고흐 죽음의 비밀’이 2003년에 출판되기도 했어요.
예술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좋아하는 작가, 화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법의학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 아닐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