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 혈세 투입 장애인협회…성추행 의혹 인사 “문제없다” 임명

수억원 혈세 투입 장애인협회…성추행 의혹 인사 “문제없다” 임명

기사승인 2017-12-01 06:00:00

수억원대 혈세가 투입되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에서 성추행 전력이 있는 인사의 연임을 확정했다. 인사시스템 부실 지적이 나온다. 

지장협은 30일 장모(66) 전남도지장협회장의 연임을 공고했다. 장 협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까지다. 쿠키뉴스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장 협회장은 과거 1급 장애인을 성추행했다. 또한 지장협 회원의 채무금을 대신 받아 유용한 사실도 있다.   

▲ “성추행·회원 돈 유용 모두 사실” 잘못 시인했지만 연임 성공

장 협회장은 지난 2010년 전남도지장협 영광군지회장으로 활동할 당시, 해당 의혹이 불거져 자진 사퇴했다. 그는 같은 해 작성한 사실확인서에서 이를 모두 시인했다. 사실확인서에 따르면 장 협회장은 지난 2009년 9월22일 영광군지회 회원이자 장애인인 A씨에게 채무금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제의했다. 장 협회장은 공직에 있던 채무자를 협박해 6300만원 중 800만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승강기 안에서 1급 장애인 B씨(여)에게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사실확인서에 기재됐다. 이 확인서는 공증 절차를 거쳤다.

장 협회장은 4년 뒤인 지난 2014년 전남도지장협회장으로 임명됐다. 영광군지회장을 비롯, 22개 전남 시·군 회장을 임명·해임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더욱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직 협회 관계자는 “지역 사회에서 협회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며 “전남 내 지장협 회원만 3만5000명에 달한다. 선거철이 되면 도 내 기관장 등이 협회장에게 공을 들인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지역 사업 이권 개입을 통해 뒷돈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2개 시·군 회장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지역 사회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시·도 지장협을 총괄하는 중앙회는 장 협회장의 비위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협회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한 사법기관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장 협회장의 성추행과 유용 의혹은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장 협회장은 피해자와 합의해 형사처벌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 협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때 당시 협회장이 내가 협회장 선거에 나올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보디가드를 대동, 밀폐된 회사 사무실로 나를 불러 재킷을 벗겼고 휴대폰도 압류하며 협박을 했다. 이 상황을 못 이겨 거짓 사실확인서를 작성했을 뿐이다. 후에 보디가드가 나를 끌고 가 공증을 받게 했다”고 주장했다. 장 협회장은 또 “그리고 다음 날 당시 협회장이 나를 불러 나에게 ‘(어제 작성한) 사실 확인서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안다. (당신이) 협회장만 하려 하지 않는다면 사직서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246명 임원 선임…중앙회장 ‘입맛대로’

일각에서는 협회의 비정상적 임원 선출 구조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중앙회장 1명에게 지장협 전체의 인사 권한이 쏠려있다는 것이다. 중앙회장은 대의원 422명(2017년 기준)의 투표로 선출된다. 대의원은 시·도협회장, 시·군·구 지회장, 산하 시설장 등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중앙회장이 16개 시·도협회장의 임명·해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230개 시·군·구 지회장 임면(任免) 역시 중앙회장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시·도협회장 임명은 1차 서류,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앙회장의 ‘입맛’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앙회 측은 시·도협회장 선임 채점 기준에 대해 “항목을 모두 말할 수는 없지만, 전문성·창의성·진실성·협회참여도 등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지장협 내에서 인사 및 운영을 두고 잡음이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5일 대전지장협회장은 적법한 절차 없이 본인의 직책 보조비를 무단으로 인상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충북도지장협 제천시지회장은 보조금 유용과 업무 차량 전용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014년에는 업무상 횡령죄로 벌금형을 받은 전 경기도지장협 여주시지회장이 구리시지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지장협은 매년 수억원의 혈세를 지원받는다. 인사검증을 비롯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법인 운영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지장협 세입·세출 결산총괄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로부터 상담지원·사회교육 등의 명목으로 5억45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받았다. 편의센터 지원 국고보조금도 2억2000만원이 할당됐다. 자체 수입은 25억5000만원에 이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장협으로부터 국고보조금 계획과 실적을 보고받는 등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것은 맞다”면서 “인사권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부 장애인협회가 협회장 선출방식, 운영과정 등에서 투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협회장 자리를 국회의원 출마 등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삼는 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쿠키뉴스 기획취재팀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spotlight@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민수미, 정진용, 이소연,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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