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또 표절 논란, '화유기'와 '콘스탄틴'… 만연한 방송가 표절 문제

[쿡초점] 또 표절 논란, '화유기'와 '콘스탄틴'… 만연한 방송가 표절 문제

또 표절 논란, '화유기'와 '콘스탄틴'… 만연한 방송가 표절 문제

기사승인 2017-12-06 13:39:59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표절. 이번에는 tvN ‘화유기’다. ‘화유기’의 한 장면이 영화 ‘콘스탄틴’(2005,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 악동 요괴인 손오공(이승기)과 고상한 요괴 우마왕(차승원)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퇴마극으로 알려졌다. ‘콘스탄틴’은 세상에 흩어진 혼혈 악마와 혼혈 천사를 구별할 수 있는 콘스탄틴이 지옥으로 악마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렸다. 내용만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된 것은 지난 4일 공개된 ‘화유기’티저 속 우마왕의 등장 장면이다. 

‘화유기’속 우마왕은 멋진 외모와 우아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 요괴다. 멋진 정장과 구두를 차려입고 등장하는 우마왕의 발에는 끈적거리는 진흙, 혹은 기름이 묻어 걸을 때마다 땅에 오물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콘스탄틴’의 루시퍼 또한 걸을 때마다 타르가 묻어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콘스탄틴’속 루시퍼가 등장할때의 구도는 ‘화유기’우마왕의 등장 구도와 지나치게 비슷해 수많은 네티즌들로부터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오마쥬라고 할지라도 미리 밝히는 것이 맞다는 드라마 팬들의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단순히 내용과 소재를 표절하는 것을 떠나 영상의 구조, 소품까지 디테일하게 표절하는 일들은 대중문화계에서 이미 숱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면 2014년 방영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티저 영상은 해외 필름 아티스트 첼리아 로슨 홀(celia rowlson-hall)이 제작한 사랑에 관한 영상과 흡사 복사 수준으로 비슷해 문제가 됐다. 결국 SBS측은 해당 사항에 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영상을 모두 삭제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어 2015년 SBS 예능 ‘런닝맨’은 일본 후지 TV 예능 프로그램 ‘VS아라시’의 ‘코로코 바이킹’의 포맷을 그대로 베껴 표절 논란이 다시 일었다. 연출을 맡은 임형택 PD는 “표절할 의도는 없었으나 결과적으로는 표절이 맞다”고 인정했다. 

2014년 전지현이 등장한 클라우드 맥주 광고 또한 명품 브랜드 구찌의 캠페인 광고를 그대로 따라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전지현이 등장하는 구도부터 의상까지 모두 같다는 것이다. 광고를 제작한 대홍기획 측은 “순수 창작물”이라고 주장했으나 여론은 좋지 않았다. 같은 해 가수 효민은 솔로 데뷔곡 ‘나이스 바디’ 티저에서 해외 가수인 로빈 시크의 ‘블러드 라인스’(Blurred Lines) 뮤직비디오와 소품부터 포즈, 의상까지 모두 똑같은 영상을 내보내 표절 논란이 일었다. 당시 소속사는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2‘힐러’ 오프닝 장면은 미국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와 같다는 논란이 번졌다. 힐러와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오프닝 영상 모두 CCTV로 시작해 등장 인물 소개를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하는 CG(Computer Graphic)로 처리했다. ‘힐러’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같은 방송사의 ‘스파이’ 또한 티저 포스터가 영화 ‘레옹’을 베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스파이’측은 “영화 ‘레옹’ 포스터를 참고한 것이 맞다. 하지만 이미 레옹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며 “문제가 될 경우 스파이 포스터를 모두 폐기하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명 후 사용하지 않으면 다가 아니다. 방송계의 윤리의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 일반에 광고된 후 나중에 ‘안되면 말고’식으로 삭제하거나 사과하는 방식은 방송계 전체에 만연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노골적인 표절 장면을 안방에서 봐야 할까. 대중문화계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그간 숱한 창작자들이 너무나 많은 신선함을 던졌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말은 창작자들이 나태해져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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