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인권위 새 출발…사형제 폐지 논의 본격화할까

文 정부 인권위 새 출발…사형제 폐지 논의 본격화할까

기사승인 2017-12-08 14:53:15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사형제 폐지 움직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7일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의 특별보고를 받았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특별보고는 이명박 정권 이후 5년9개월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의 공약, 인권위 위상 강화를 향한 첫걸음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과 같은 사안의 경우 국제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을 인권 국가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다짐으로 새 출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사형제 폐지를 강조해왔다. 그는 당시 사형제 존폐를 묻는 말에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사형제를 폐지했다. 범죄 억제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형제는 국제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다. 올해 기준 전 세계 200개국 가운데 104개국이 사형제를 완전 폐지했다. 한국처럼 사형제는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된 국가는 37개국이다. 전 세계 70%가 넘는 141개국이 법률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셈이다.  

국제추세에 따라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지난 1999년 이후 사형제 폐지 법안이 매년 발의됐다. 국회의원 대부분은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을 표결조차 하지 않고 폐기해 왔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3일 조사해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형제를 찬성한다’는 응답은 52.8%, ‘사형제를 반대한다’에는 42.2%로 집계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형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형제로 인한 범죄 예방 효과가 크지 않고, 사형수에 대한 인권침해가 크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치밀한 범죄일수록 ‘발각되지 않을 것’을 전제, 사형제 유무가 범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인사 청문회 당시 “사형제도가 흉악범 교정·치료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면서 “사형제는 인권침해적 성질이 있어 폐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사형제 폐지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21일 나바네텀 필레이(Navanethem Pillay) 전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이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사형제 폐지를 위해 공식적인 사형제 집행유예(Moratorium)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종교·시민단체는 “참혹한 범죄에 같은 방법으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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