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합의 검토 TF “이면 합의 존재… 한·일 관계 오히려 악화”

위안부합의 검토 TF “이면 합의 존재… 한·일 관계 오히려 악화”

기사승인 2017-12-27 16:40:35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위안부 합의)에서 우리 정부가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이면 합의’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토 TF(위원장 오태규, 이하 TF)는 27일 31쪽 분량의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위안부 합의에는 외교부 장관 공동기자회견 발표 내용 이외에 비공개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TF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측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며 일본 측의 요청을 사실상 수용했다. 또 일본 측은 해외에 상(像·소녀상), 비(碑·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했다.

뿐만 아니다. 일본 측은 한국 측에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한국 측은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라고 했음을 비공개 문서에서 확인했다고 TF는 밝혔다. 

위안부합의가 오히려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언급도 있었다. TF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4가지 결론을 발표했다. TF는 먼저 “일반적인 외교현안처럼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전시 여성인권에 대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TF는 또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는 동안 해당 문제를 풀기 위해 협의에 임했다”면서 “다만, 협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부 입장을 위주로 합의를 매듭지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더라도 문제는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TF는 박근혜 정부가 한·일 관계 전반과 위안부 문제를 연계해 풀려다 오히려 양국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TF는 “국제환경이 바뀌어 지난 2015년 내 협상종결 방침으로 선회하며 정책 혼선을 불러왔다”면서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뿐 아니라 대외관계 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균형 있는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TF는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TF는 “위안부 문제처럼 이목이 쏠리는 사안일수록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더 중시돼야 한다”며 “위안부 합의 고위급 협의가 시종일관 비밀협상으로 진행됐고 알려진 합의 내용 외 한국 쪽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과 협상 책임자, 외교부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그 결과 정책 방향이 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보완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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