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공연을 5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했다.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오후 10시10분 우리 측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남측 언론들이 평창동계올림픽(평창올림픽)과 관련, 우리가 취하고 있는 진정한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한다”며 “(한국 언론이) 우리 내부의 경축 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통지문에서 언급한 ‘내부 경축 행사’는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건군절 열병식으로 해석된다. 이 통지문은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명의로 돼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일방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통일부는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달 4일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 공연은 사실상 평창올림픽 전야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서 이번 공연은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우리 측의 케이팝(K-pop)을 비롯해 현대음악과 전통음악, 북측의 전통음악, 양측의 협연 등을 공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지난 17일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세부 일정 역시 사실상 합의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논란으로 발표가 미뤄져 왔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취소로 인해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이 공동 훈련을 하기로 합의한 것 등 다른 행사들도 진행이 불투명해지리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일에도 현송월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가 한밤중에 돌연 “남한 방문 일정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당시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면서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