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임효준의 '노오오력'이 일궈낸 금메달

[옐로카드] 임효준의 '노오오력'이 일궈낸 금메달

임효준의 '노오오력'이 일궈낸 금메달

기사승인 2018-02-12 12:36:35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딸 거란 기대는 항상 높았다. 그러나 임효준(22·한국체대)이 평창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될 거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수술대에만 무려 7차례 오른 임효준이다. 언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는 대회 이전부터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임효준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경신하며 만개한 기량을 과시했다.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경기 중 찾아온 위기를 피지컬로 극복했다. 경기 후엔 “대표팀 모두의 금메달이라 생각한다”면서 겸손함을 유지했다. 노력을 정말 많이 한다는 의미의 ‘노오오오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임효준은 10일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앞선 1500m 예선을 가볍게 1위로 통과한 임효준은 준결승에서 황대헌과의 콤비네이션 질주로 같은 조에 편성된 중국 선수 3인을 모두 떨어뜨리는 노련함을 보였다.

그의 재능이 빛난 건 결승에서다. 황대헌이 발을 헛디뎌 넘어진 가운데 임효준에게도 큰 위기가 찾아왔다. 6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코너를 돌다가 뒤 선수와의 충돌로 크게 휘청거린 것. 순간 5위까지 뒤쳐졌지만 임효준은 침착하게 선수 사이를 비집고 나가 다시금 3위에 올랐다. 이후엔 황대헌과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를 차례로 따돌리며 선두에 올랐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간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에 대한 시선은 그리 좋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은 동메달조차 따내지 못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더구나 이 대회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이 3관왕에 올라 한국 쇼트트랙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더욱 크게 달렸다.

빙상연맹은 선수선발을 객관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팬들의 비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새롭게 대표팀에 임효준에 대한 시선도 그리 곱진 않았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까지 임효준은 ‘인간 승리’의 길을 걸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쇼트트랙에 입문한 임효준은 4학년 때 6학년 형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 정강이뼈 골절로 부상 늪에 빠진 그는 발목 인대, 손목, 허리 등의 부상으로 무려 7번이나 수술대에 올랐다.

임효준 스스로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것이다. 임효준은 2012년 겨울유스올림픽에서 남자 1000m 금메달을 따며 이목을 끌었지만 이내 허리 골절로 장기간 휴식에 들어가야 했다. 임효준 스스로도 이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할 만큼 개인으로서 극복하기 힘든 벽을 수차례 마주했다.

임효준에게 평창은 선수 생활의 전부였다고 한다. 그는 이를 악물고 재활을 거듭한 끝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이스링크에 섰다. 그리고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기며 대표팀에 합류한 이유를 증명했다.

프로 선수는 논란이 있을지언정 모든 걸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임효준의 ‘평창 드림’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이번 대회 남자 500m와 1000m, 5000m 계주에 출전한다. 재능만큼은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는 임효준이다. 재능에 노력이 가미됐기에 앞으로도 그의 금빛 질주는 충분히 기대해볼 법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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