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안희정이 보여준 기득권의 추한 뒷면, 사법 처벌만이 위로다

[친절한 쿡기자] 안희정이 보여준 기득권의 추한 뒷면, 사법 처벌만이 위로다

안희정이 보여준 기득권의 추한 뒷면, 사법 처벌만이 위로다

기사승인 2018-03-06 13:30:35

정치인 안희정이 6일 성폭행 의혹으로 충남도지사 자리에서 사임을 표시했고, 수리됐습니다.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달라”고 본인이 직접 말한 지 만 24시간도 안 된 시점입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5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을 독려했습니다. 미투 운동에 대해 안 전 지사는“남성 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 살아왔으며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라고 강조했죠.

그러나 정작 본인이 위계적 성폭행범으로 지목되며 이 연설도 빛이 바랬습니다. 안희정의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는 지난 5일 JTBC ‘뉴스룸’을 통해 직접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최근 안 전 지사에게 8개월 동안 성폭행,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죠. 심지어 미투 운동에 관해 불안해하며 김 씨에게 사과한 직후 또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안희정은 성추문 폭로 이후 잠적했다가 5시간여 만인 익일 오전 1시경 자신의 SNS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는 안 전 지사는 "모두 다 제 잘못이다"라며 사실상 성폭행 사실을 시인하고 정치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알렸죠.

전 국민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안희정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유력 정치인이며, 차기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미 가정이 있는 정치인이 비윤리적 관계를 시도했음은 물론이고 위계에 의한 성폭력까지 휘둘렀다는 파문은 어마어마했죠.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안 지사 성폭행 사건은 좌파진영이 집단최면에 빠져 얼마나 부도덕한 이중적 성도착증세를 가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면서 자신들이 성폭행 피해 여성의 안식처인 양 백장미를 흔들며 선동하던 민주당이 알고 보니 가장 큰 성폭행 가해자 집단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민주당은 안희정 한 명 꼬리 잘라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죠.

황당한 것은 자유한국당 또한 성추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장 당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2월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의원에 의해 피소됐습니다. 류 전 최고의원은 홍 의원이 지난해 7월 경산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서울남부지법에 “성희롱할 만한 사람”,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주막집 주모” 등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소장을 제출했죠.

이밖에도 2005년 발간된 홍 의원의 자전적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에는 홍 의원의 고려대 1학년 재학시절 하숙집 동료 중 한 명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자기 사람을 만들기 위해 동물 흥분제를 구해달라고 요청했고, 홍 의원을 포함한 룸메이트들이 구해줬다는 내용이 담겨 파문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지난 1월 미투 운동의 전면에 나서 법조계의 성추행 관행 등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는 2010년 안태근 전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수많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성추문에 휩싸였고,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죠. (노컷뉴스/‘왜 한국당은 '미투'를 두려워할까?’2018.2.10자 기사)

자연스레 대중들은 기득권 남성 인물들의 이중성에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당에 상관없이 이미 사회 리더로 나서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들이 커다란 윤리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큰 성추문 앞에서 피해자의 아픔은 아랑곳없이 선거를 염두에 둔 비난에만 집중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렸죠.

‘뉴스룸’에서 김지은 씨가 설명한 피해자의 입장 또한 안타까움을 낳았습니다. 김지은씨는 “국민들이 저를 지켜 줬으면 좋겠고 진실이 밝혀 질 수 있기를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실명을 드러낸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지은씨에 비하면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위치는 한없이 기득권에 가깝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위력 행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중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페이지에 ‘미투 운동의 발화자들을 보호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기득권의 그늘에 가려진 피해자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이 당한 폭력에 대해 고발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죠.

한편 경찰은 같은 날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내사에 돌입했습니다. 경찰은 아직까지 피해자의 폭로만 있을 뿐, 구체적 혐의 특정이나 고소장 접수 등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 착수는 어렵지만 내사 진행 중이라고 밝혔죠. 안 전 지사가 모쪼록 죄에 걸맞은 벌을 받아, 지금도 마음을 졸이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위안받기를 바랍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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