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김기덕이 그간 촬영 현장에서 여배우들을 성폭행해왔다고 'PD수첩'이 폭로했다.
6일 오후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함께 영화를 찍었던 여배우들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들은 배우 조재현도 성폭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하차한 여배우 A씨는 김기덕 감독에 대해 "성희롱적인 발언은 그 분의 일상이다. 화장실 벽에 낙서돼 있을 만한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이상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김기덕 감독이 여성 영화 제작자와 자신을 함께 호텔방으로 데리고 가 성적인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도 말했다. A씨는 "나를 잡고 자고 가라고 하더라. 성관계를 요구했고, 나는 너무나 끔찍했다"라고 주장했다.
여배우 B씨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촬영 전 매니저 없이 둘만의 만남을 원했고, 카페에서 만나 두 시간 넘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또 "너의 몸을 확인할 수 있냐"는 김기덕 감독의 말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는 B씨는 "한 달 동안은 멘붕이었다. 저 사람들을 따라야 하는 건가, 진짜 끌려 갔으면 어떻게 됐을까. 사무실에서도 영화를 놓친 것에 대해서 속상해하는 것 같더라. 그건 안 잊힌다.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떨린다. 커피숍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그 모습이 없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즘 사건들을 보면 문득 문득 너무 화가 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인터뷰에 응한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충분히 (모두가 김기덕 감독의 기행을)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일반적인 저 같은 스태프들도 알고 있었는데, 프로듀서와 제작자, 키 스태프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여배우 C씨는 "김기덕 감독,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C씨는 영화 촬영 전 김기덕 감독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성관계를 요구했으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결국 촬영 중 자신을 방으로 불러 성폭행했고, 조재현도 강압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말했다.
C씨는 이어서 "그러고 나서 조재현 씨 매니저가 나에게 추근덕거리기 시작하더라. 조재현 씨와 묶어서 영화 일을 봐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강간에 대한)경쟁이 붙었다"며 끔찍했던 촬영 기간의 고통을 털어놨다. C씨는 "(그들 모두)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이다.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하다.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잘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반성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거 그들도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피해자들만 꿈이 꺾이고 괴로워해야 하나"고 말했다.
이같은 폭로들에 김기덕 감독은 'PD수첩' 측에 문자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첫 번째, 저는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습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김기덕 감독은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습니다.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서로의 동의하에 육체적인 교감을 나눈 적은 있습니다. 이것 또한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합니다."
'PD수첩' 제작진은 조재현과의 인터뷰도 시도했다. 조재현은 전화통화로 "이게 조사가 들어가면 그때 제가 말씀을 드릴 부분인 것 같은데요. 사실을 근거로 한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내가 굉장히 패닉 상태다. 내가 죄인이 아니라는 게 아니다. 너무나 사실과 다른 것들, 왜곡돼서 들려오는 것들이 너무 많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