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특별사절단(대북특사단)이 북한 비핵화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다만,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비핵화 기조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북특사단의 성과를 언급하며 “우리가 얻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이자 핵 폐기”라며 “현재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했다. 앞서 대북특사단의 수석특사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춘추관에서 밝힌 방북 결과에 따르면 북측은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말한 이유는 북한이 언제라도 돌변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우려했다. 미국의 키스 앤더톤 오스트리아 빈 주재 국제원자력기구(IAEA) 담당 고문은 같은 날 열린 IAEA 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목표로 한 협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앤더톤 고문은 “북한이 여전히 금지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태도에 주목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국제사회가 비핵화를 요구할 때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말했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다”며 핵 폐기에 뜻이 있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이 유훈은 지난 1991년 고(故)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동의한 데서 유래됐다. 당시 북한은 핵을 보유하기 전이었다. 반면, 우리 군은 주한미군을 통해 전술핵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한 상태였다. 따라서 북한이 언급한 비핵화는 미군의 전술핵 무기 철수를 뜻한다. 고 김 전 주석이 비핵화 앞에 ‘조선(북한)’ 대신 ‘조선반도(한반도)’만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북한이 비핵화를 언급한 뒤 핵실험을 강행한 전력도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05년 6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 정 전 장관은 귀환 브리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고 김 전 주석의 유훈이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은 1년 뒤인 지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을 시행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지난 2007년 10월 ‘10·3 합의’를 통해 다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19개월여 뒤인 지난 2009년 5월25일 북한은 2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북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라면서도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협상결렬을 선언한 뒤 판을 뒤엎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