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12일 김 원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변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김 원장에 대한 경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입니다.
같은 날 정의당은 김 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촉구’를 당론으로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마저 돌아서며 여·야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입니다.
김 원장은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세 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에는 KIEP 유럽사무소 설립 계획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이는 KIEP의 숙원사업이었습니다. 로비성 출장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또한 출장 중 관광지와 시내를 방문하는 등 ‘외유’를 즐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피감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고액 강좌를 운영한 점도 문제로 제기됐습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기식 지키기’에 돌입했습니다. 청와대는 “해외출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용한다”면서 “다만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출장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또한 “김성태 자유한국당(한국당) 원내대표도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출장을 다녀온 일이 있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김 원장에게 제시되고 있는 의혹이 사퇴해야 할 만큼 큰 흠결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나 여론은 김 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50.5%가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벌개혁에 적합하므로 사퇴에 반대한다’ 33.4%, ‘잘 모름’ 16.1%였습니다.
김 원장이 야권과 국민의 우려를 견뎌낸다 하더라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의 검찰총장으로 불립니다. 금융권 내 비리와 의혹을 감시하고 살펴야 하는 자리입니다. 또한 최근 불거진 금융권의 채용비리 등에 칼을 들어야 하는 임무를 마고 있기도 하죠. 현재와 같이 비위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금융권의 적폐를 청산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 원장은 첫 시민단체 출신 금융감독원장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의원이기도 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의혹을 확실히 털고, 문제가 있다면 거취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 원장의 확실한 의사 표명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 청사진에도 도움을 줄 것입니다.
*공표보도정보
이번 조사는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며 응답률은 6.4%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