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체제 선전 용도로 사용했던 확성기 방송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합의해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하 판문점 선언)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인근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시작으로 전체 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군이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은 이동형 10여 곳, 지상 고정형 30여 곳 등 모두 40여 곳이다. 이들 방송시설을 통해 북측으로 뉴스와 가요, 날씨 정보 등을 전달해왔다.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에서 후방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지상 고정형 확성기는 철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들 확성기 방송시설의 운용을 중단한 바 있다.
군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인근 최전방 부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시작된 확성기 방송시설 철거작업을 북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군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우리측의 선제적인 조치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별도로 사전 통보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측도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중·동부전선 등 MDL 일대 여러 곳에서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한 동향이 포착됐다.
군 관계자는 "오늘 우리 군이 확성기를 철거하는 상황인데 오전부터 북측을 주시한 결과, 오늘부터 북한군도 전방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우리 군이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자 이에 맞서 MDL 일대 40여 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북측 확성기 방송시설은 대부분 지상 고정형이다.
북한은 우리 군이 지난달 23일 확성기 방송을 모두 중단하자, 이에 호응해 대남 확성기 방송을 모두 중지했다. 확성기 방송은 남측이 먼저 중단했지만, 철거작업은 북측이 먼저 시작했다
한편,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시작돼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북한은 1962년부터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시설도 철거했으나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재개해 최근까지 가동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