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를 11일 속개한다. 결과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 월 2만원대 요금에서 기존 3만원대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음성 및 데이터 사용량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보편요금제 음성 및 데이터 제공량은 음성 150~210분, 데이터 900MB~1.2GB다.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를 시행하게 될 경우 경쟁적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보편요금제 시행이 불가피하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이통3사의 요금제 가격 조정은 필수적이다. 현 요금 정책에 따르면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 제공량임에도 3만원대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가 시행될 경우 상위 요금제 가격을 모두 연쇄 인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3사의 요금제 인하가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멤버십 서비스 및 가족 결합할인 등의 측면에서 알뜰폰 업계가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도 “보편요금제는 현재 판매 중인 알뜰폰 요금제 수준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동일한 수준의 요금제 아래서 소비자가 알뜰폰을 선택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알뜰폰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인 CJ헬로는 1만9800원에 데이터 10GB, 음성 100분, 문자 100건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U+알뜰모바일은 1만7500원에 데이터 6GB, 2만2000원에 데이터 10GB를 제공한다.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규개위 심사에 참석, 시장 도태를 이유로 정책 도입을 적극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도 실적저하를 이유로 보편요금제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통3사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했다. SK텔레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2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했다. KT는 영업이익 39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떨어졌으며, LG유플러스도 전년 동기 대비 7.5% 줄어든 187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이통3사는 내년 5G 상용화를 목표로 주파수 경매, 필수설비 이용대가 산정, 적극적 M&A 등 관련 사업 투자에 한창이다. 이통3사의 실적 저하와 투자 비용 고갈 등이 맞물리며 보편요금제 반대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과 더불어 국회 파행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법안 발의 속도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개위 표결에서 통과되더라도 국회라는 관문이 남아있다”면서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만큼 우선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