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길을 걷고 있다. 제조업 및 IPTV 업계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과 반대되는 행보에 정부와 업계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구입을 위해 퀄컴에 1320억원을 지불했다.
업계는 LG전자의 이같은 행보가 정부 기조와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제조사들에 이른바 ‘특허 갑질’을 일삼았다며 과징금 1조31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후 퀄컴은 공정위 조치를 거부하고 시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현재 양측은 ‘과징금 결정 취소’와 관련해 법정 공방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내린 것은 퀄컴이 제조사를 대상으로 도 넘은 이익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퀄컴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퀄컴과 많은 거래량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잡은 LG유플러스도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일 속도‧용량 제한이 없는 무제한 요금제 신규 가입 고객에게 넷플릭스 3개월 무료이용권을 증정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콘텐츠 서비스를 강화, 이용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미디어산업 생태계를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망 사용료 협상 등에서 넷플릭스에 유리한 계약이 체결되면 향후 국내 기업들의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플랫폼도 적절한 망사용료를 내지 않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과 관련해 망 사용료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LG유플러스가 불합리한 조건으로 넷플릭스와 제휴하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미디어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러한 사례는 찾기조차 어렵고, 그동안 애써 구축한 고도화된 국내 통신 인프라를 헐값에 내주어 국내 콘텐츠 유통질서를 교란하고 미디어산업의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들 것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업계도 LG유플러스의 무리한 수가 훗날 스스로의 목을 죄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가입률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향후 넷플릭스 의존도가 과도해지면 LG유플러스가 주체인 계약이 이행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이미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어버린 이상 다른 사업자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휴를 시작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LG유플러스에는 있는데 왜 여기는 (넷플릭스 서비스가) 없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