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구인난’을 겪고 있습니다. 당 혁신을 맡을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 물색부터 애를 먹고 있는데요.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난색을 보이면서 공전만 거듭하는 상황입니다.
한국당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도올 김용옥,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문열 소설가, 전원책 변호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전희경 의원, 김태호 전 최고위원, 남경필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40여명이 올랐습니다. 비대위 준비위원회가 내부 회의 끝에 결정한 인물들입니다.
기로에 서 있는 한국당 재건이라는 중책의 부담감도 있겠지만요, 어찌 된 일인지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은 불쾌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 전 총재 측근은 “한국당에서 군불을 때는 모양인데 이 전 총재가 굉장히 언짢아했다”고 전했는데요. 측근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한국당을 향해 “언론을 통해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이 예의가 없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이 전 재판관은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고요. 최 명예교수도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농담하는 것인가. 제의가 와도 수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치권과 상관없는 인물들까지 비대위원장 후보에 오르면서 당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대위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비대위원장으로 이 전 재판관까지 나오는데 참담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도올 선생 거론은 당을 희화화하는 것을 넘어서 자해하고 모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거센 논란에도 한국당 내부는 큰 요동이 없는 눈치입니다. “진정한 쇄신과 변화를 위한 몸부림의 일환”으로 봐 달라는 입장인데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저의 권한을 행사하기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아내기 위해 비대위원회를 구성하고 준비위원회를 조직한 것이고, 우리 당의 쇄신을 위해 다양한 시각을 집합시키고 있다”며 “국민의 관심이 촉발되고 있는데 이를 희화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한국당은 40여명의 후보를 이번 주말까지 5~6명 선으로 압축할 예정입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후보 국민 공모도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공모 기간이 끝나면 후보들을 압축한 뒤 오는 17일쯤 비대위원장 임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비대위 출범과 한국당 재건, 어째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