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대한 거부 반응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웨이와 손을 잡았던 LG유플러스가 5G 사업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5G 장비 도입 때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배제하도록 원칙을 정한 뒤 이에 대한 지침을 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을 기점으로 시작된 화웨이 반대 물결이 영국, 호주, 캐나다에 이어 아시아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화웨이는 경쟁사 대비 약 30%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1위를 기록했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각 나라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중국과의 사이가 틀어질 경우 화웨이가 제공하는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안 통계 사이트 CVE디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웨이가 자진 신고한 보안 취약점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5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69건으로 급증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늦어도 오는 10월까지 통신장비 업체 선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러나 보안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이통사들은 쉽사리 화웨이 카드를 집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와 손잡을 업체는 LG유플러스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4G(4세대) 이동통신에서 유일하게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5G 사업을 주도해온 권영수 전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재임 시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는 성능과 품질 등이 스스로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G에서도) 업체 4개로 진행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LG유플러스가 4G에서 사용한 통신장비 제조사는 화웨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화웨이를 들이지 않겠다는 나라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부정적인 여론도 더 견고해졌다. LG유플러스의 5G 사업이 자칫 화웨이로 인해 시작부터 삐걱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변수는 최근 LG유플러스 수장이 된 하현회 부회장이다. 하 부회장은 화웨이 도입 이슈와 관련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임 후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하 부회장은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미 권 전 부회장이 (5G 사업에 대한) 중심을 잡아놓고 가셨다”며 “(하 부회장이) 화웨이 도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