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서울지방법원의 구 시장 철거 집행 소식을 접한 상인들은 이날 아침장사를 일찌감치 접었다. 이들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아군 진영을 지켰다. 비장함이 감돌았다.
상인 측은 신 시장 건물이 사방이 벽으로 막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매장도 지적했다. 수산물을 실은 트럭이 경매장 도크로 진입하지 못하게끔 설계됐다. 제한된 경매시간 안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데 트럭이 들어올 수 없다보니 도크에서 물건을 내려 경매장까지 옮겨야 하는 등 일을 갑절로 해야 한다는 것.
수협 측은 트럭기름이 묻어 생선이 오염될 수 있을 경우를 대비한 조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헌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 총연합회 위원장은 “우리만의 생존권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값싼 수산물을 제공하고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투쟁을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수협을 ‘괴물’이라고 불렀다. 괴물과 싸우는 자신들을 ‘영웅’이라고 칭했다.
한 상인 대표는 “생존권을 지키는 우리가 영웅이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는 우리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이어 민중가요를 불렀다. 김임권 수협중앙회장 출석을 요구하는 이도 있었다.
오전 9시경 집행 용역들이 신 시장 주차장에서부터 줄 지어 내려왔다. 그러자 한 쪽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상인들은 ‘용역깡패 물러가라’를 외쳤다. 시선이 용역들에게로 쏠렸다. 용역들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이들은 일당을 받고 집행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용역은 “우리는 ‘이삿짐 나르는 사람들’이다”며 “깡패가 아니다”고 말했다.
양측은 차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집행관 측에서 확성기로 대법원 판결을 읽었다. 그 안에는 수협이 법원에 구 시장 철거를 직접 의뢰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집행관 측은 ‘공무집행 방해’를 내세우며 협조를 당부했다.
집행이 시작됐다. 용역들은 무리를 지어 시장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촘촘한 시위대를 뚫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차벽을 세워 입구를 미리 봉쇄한 상황이었다. 건장한 성인남성들이 힘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상인들은 배수진을 친 것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이때부터 몸싸움이 일었다. 언성이 오가고 옷을 잡아끄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자도 틈바구니 속을 빠져나오느라 애를 먹었다. 한 상인은 넘어져 다칠 뻔도 했다.
집행관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장 건물 왼편 모퉁이로 돌아 들어갔다. 상인들은 이미 그 곳에도 차를 세우고 버티고 있었다. 통로가 좁아 현장은 금방 아수라장이 됐다. 몸싸움이 심해지고 언성도 따라 올라갔다.
민중당 당원과 집행관이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날선 분위기는 경찰중재로 겨우 가라앉았다. 두 차례 진입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용역들은 집회장소로 돌아갔다.
오전 10시께 마지막 대치가 있었지만 상인들은 완고했다. 10시 반께 집행관 측이 철수하면서 집회도 마무리됐다. 상인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정리 집회를 열었다.
이날 동원된 한 용역은 “저렇게 막고 있는데 어떻게 집행할 수 있느냐”며 “새벽 4시 반에 나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 “저 사람들은 생존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앞장서서 할 일이 없다”며 “앞으로 천금을 줘도 안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노성 수협중앙회 대표이사가 시장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 이사는 공개석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현장을 방문한 뒤 부산으로 출장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3년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상인들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버티고 있으니 이제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협도 해결의지가 없는 게 아니고 추가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대로 내버려 두는 건 무책임한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