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위 사업자인 구글이 자사 AI(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로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쟁이 치열한 AI 스피커 시장 후발주자로서 얼마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구글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 AI 음성비서 기술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한 AI 스피커 2종을 선보였다. 최대 6명의 목소리를 인식해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보이스 매치’, 그룹으로 지정한 여러 대의 스피커에 동시에 같은 음악을 재생하는 ‘멀티룸 모드', 집 안에 있는 모든 구글 홈에 메시지를 송출하는 ‘방송'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마트홈 경험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구글 홈의 국내 출시와 관련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구글보다 먼저 AI 스피커를 출시, 시장을 형성한 선두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글로서는 수많은 국내 선두주자들을 제쳐야만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AI 스피커 시장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의 IT회사, 제조사인 LG전자까지 진출해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도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노트9’ 발표 행사에서 갤럭시 홈을 깜짝 공개한 바 있다. 하반기 AI 스피커 ‘갤럭시 홈’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AI 스피커 대전이 예고되어 있는 상태다.
이용자들의 AI 스피커 활용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4월 전국 14∼64세 휴대전화 사용자 1만25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I 스피커 이용 만족률은 49%를 기록했다.
이는 낮은 음성 인식률과 활용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컨슈머인사이트는 AI 스피커의 용도가 음악 선곡·검색(57%), 날씨 정보 안내 등 단순 검색(55%)이었다고 발표했다.
다소 높다고 느껴질 수 있는 가격도 구글이 넘어서야 할 장벽이다. 구글 홈과 구글 홈 미니는 각각 14만5000원, 5만9900원(부가세 포함)이다. 가격만 놓고 본다면 경쟁사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다. 그러나 이동통신사가 자사 IPTV 서비스 등과 연계해 이벤트성으로 스피커를 판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소비자로서는 구글 스피커에 온전히 약 15만원(구글 홈의 경우)을 내야 하는 상황이므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구글 홈에 있는 기능들은 대부분 기존의 제품들에도 모두 있던 것”이라며 “현재 AI 스피커 활용이 단순 음악 재생에 그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 이상의 기능이 있지 않은 이상 차별성을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