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인 ‘적폐청산’을 촉구했다.
서울진보연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모인 ‘박근혜 퇴진촛불 2주년 조직위원회’는 27일 오후 5시30분 서울 종로구 세월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촛불 2주년 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적폐청산 뿌리 뽑자” “사회개혁 완성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촛불항쟁을 통해 우리는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을 일삼던 박근혜 일당을 쫓아내고 새로운 촛불정권을 만들었다”면서 “촛불승리와 함께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아직도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적폐청산이 일부 진행됐지만 매우 불충분하다. 현 정부는 개혁 역주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투 운동(me too·나도 고발한다)’ 관련, 성평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미례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집행위원은 “국민들은 성평등한 민주주의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미투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정부가 성평등을 위해 어떠한 것을 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불법 촬영 및 유포 사건, 고(故) 장자연씨 사건 등을 정부의 해결과제로 언급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을 댕겼던 이화여자대학교(이화여대) 학생의 발언도 있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 2016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과 학사특혜에 대한 의혹을 제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수면 위로 올렸다. 차안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이화여대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총장이 사퇴하고 학생들의 투표로 총장을 뽑게 됐다”며 “교육의 소비자로 인식되던 학생들이 이제는 대학의 주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촛불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다”며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익대학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단식 진행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대학 운영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동력이 약하다고 봤다. 대구 북구에서 상경한 방지현(60·여)씨는 “문 대통령은 잘하고 있는데 야당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며 “야당은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 사회의 발전을 더 이상 저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창호(49)씨도 “문 대통령은 훌륭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며 “적폐세력이 사회와 사법부,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 국민들이 다시 똘똘 뭉쳐 문재인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사법부 내 적폐청산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태현(49)씨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꼭 구속돼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으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 특별재판부를 도입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같은 날 보수단체의 집회도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 석방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 서울역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 촉구 집회’를 열었다. 경찰 추산 3000명, 주최 측 추산 4만명이 모였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는 2016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진행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해 3월11일까지 총 20차례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소연, 신민경 기자, 지영의 인턴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