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일, 의약품의 모든 성분을 알 수 있는 '전성분표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한때 약국이 처한 열악한 현실 앞에 막혀 유예기간이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제도는 계획대로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처벌은 계도차원에서 한동안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 의약품 전성분표시제란?
이날 시행되는 의약품 전성분표시제는 가습기살균제 파동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됐다. 일상생활이나 치료 중 소비자가 사용하는 제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소량이라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없는지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아서다.
이에 국회는 의약품과 같은 제품을 수입·제조·유통·판매하는 제약사나 약국 등이 모든 성분 명칭을 용기나 포장 등에 표시한 제품만 취급하도록 약사법 제56조 1항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16년 12월 3일 개정안을 공포했다.
단, 생산설비를 개선하거나 추가해야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을 재포장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제약사나 수입사는 1년, 약국은 2년간 법 적용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제약사나 수입사는 2017년 12월 3일, 약국은 2018년 12월 3일 제도가 도입됐고, 된다.
따라서 앞으로 의약품 용기와 포장에는 ‘보존제’와 ‘타르색소’, ‘동물유래성분’을 시작으로 의약품 품목허가 당시 ‘원료약품 및 그 분량’에 기재된 성분명과 구성품 일체가 기재된다. 다만 전문의약품이나 조제용 의약품의 경우 기재면적이 좁을 경우 기재를 생략하거나 첨부문서로 갈음할 수 있다.
◇ 문제는 판매 부진한 약국 재고약들
제도 시행에 따라 2017년 12월 3일 이후부터 제약사 등 생산·수입업체가 생산·판매하는 의약품의 경우 대부분 모든 성분을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식약처는 “전성분표시제가 의무화됨에 따라 높은 이행률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행을 보름여 앞둔 약국들은 상황이 좀 다르다. 재포장이나 폐기, 재고관리를 비교적 수월하게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제조사 등과 달리 약국은 의약품의 최종 소비처인데다 약사 홀로 근무하는 운영형태 등으로 인해 법 이행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 시행 전, 제조사나 유통업체가 일부 성분만을 표기한 채 생산·판매한 약들 중 일부가 재고처리라는 명목 등으로 약국에 흘러들어갔고, 이 가운데 판매가 부진하거나 의료기관의 처방변경으로 인해 재고로 남아버린 약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식약처와 대한약사회가 몇몇 동네약국을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선 결과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성분 명칭이 모두 표기되지 않은 의약품이 일부 남아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동네약국 약사들은 대략 10~20% 정도로 추정하기도 했다.
법이 시행되면 이처럼 전성분이 표시되지 않은 약들을 보유할 경우 유통기한이 남아있어도 당장 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이에 작은 규모의 동네약국 약사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대한약사회장 선거와 맞물려 법 시행을 유예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 국민의 알권리 및 건강권이 ‘우선’, 처벌은 ‘나중’
한 약사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건강권을 높인다는 제도의 취지에 대해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2월 3일 즉각 시행하기는 어렵다. 2016년 법 발효 후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팔리지도 않는 재고에 가깝다보니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든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법이 시행됐다고 전성분이 표시되지 않은 약들을 일일이 찾아 반품을 하기가 홀로 운영하는 동네약국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통기한이 만료되면 없어질 약들인 만큼 칼로 무 베듯 시행일을 못 박고 위법여부를 가리기보다 자연스레 사라지길 기다리는게 좋지 않냐”고 제안했다.
대한약사회 또한 최근 일부 보건소에서 점검에 대한 안내를 받아 약국가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영난에 허덕이는 약국들이 법 시행으로 인해 처벌을 받아야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계도기간을 두도록 식약처 등에 요청한 상황이다.
이에 식약처도 약국들의 현실을 감안해 행정처분을 포함한 처벌은 한동안 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강제적인 조치나 점검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 보호하려는 취지에 맞춰 제도가 조속히 정착하는데 중점을 두고 추진 중에 있다”며 “소비자가 성분정보를 충실히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홍보나 교육,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