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젊은 시절 한순간의 실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널리 양해를 바랍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 벌어진 이 상황들이 전적으로 제 실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고….”
조심하지 못해 그르친 일을 우리는 ‘실수’라고 부릅니다. 사실 실수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어느 정도까지’가 없기 때문이죠.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많은 실수를 하고, 이를 통해 배우며 성장합니다. 풀어보자면 실수는 타인의 이해와 용서가 가능한 정도, 경험을 통한 반성과 성찰이 가능한 정도의 경계를 이룰 것 같습니다. 적어도 범죄는 실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된 문장들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실수는 안타깝지만 모두 ‘음주운전’을 일컫습니다. 지난해 6월 인사청문회 자리에 선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음주운전을 ‘젊은 시절 한순간의 실수’라고 칭했습니다. 음주운전을 두고 ‘자신이 겪은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한 사람은 조대엽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입니다. 그 역시 지난해 6월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김지수씨도 음주 뺑소니 사고를 ‘실수로 발생한 문제’라고 했습니다. 범죄는 쉽게 실수로 둔갑합니다.
음주운전은 매년 23만여 건 적발됩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해만 439명, 부상자는 3만3364명에 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재범률입니다. 음주운전은 재범률이 45%, 3회 이상 재범률은 20%에 가깝습니다. 도로교통공단 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운전자들은 단속에 한 번 걸리기 전까지 평균 26차례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50차례 음주운전을 했다는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건 음주와 또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것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탓일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를) 실수로 인식하는 문화를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한 겁니다. 그러나 처벌강화 지시 한 달여 만에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단속에 걸렸습니다. 음주운전 관련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술을 마시고 차에 올랐습니다.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 경각심은 겨우 이 정도입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 법’이 이제 막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최종 확정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음주운전을 실수 정도로 취급하지 않는 사회적 인지와 공감대 형성입니다. 물론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는다’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