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법원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 배후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조사 개시를 위해 검토 작업 중이다. 사우디 검찰 측의 조사 발표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제 수사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리엘 리호 아르헨티나 연방판사 측은 터키와 예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 Watch·HRW)’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고발한 사건 관련 정보를 확인해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오는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호 판사와 협업 중인 라미로 곤살레스 연방검사 측은 HRW의 고발 사건을 여전히 검토 중이며 수사 개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AP 통신은 리호 판사 측이 외교부를 통해 원하는 정보는 입수하고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HRW는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에 예멘에서 벌어진 사우디 군 주도의 민간인 학살과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 반인권 범죄 혐의로 무함마드 왕세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지난 26일 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지난 13일 카슈끄지 피살 당시 상황의 녹음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 카슈끄지 살해 직후 암살팀 간에 ‘전화로 상관에게 임무 수행 사실을 보고해라’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 관료들은 여기서 언급된 상관이 무함마드 왕세자라고 믿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앞서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 살해 사건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연관이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기자회견을 열고 “카슈끄지 살해를 직접 명령한 사람은 그를 귀국시키기 위해 터키로 보낸 협상팀의 현장 팀장”이라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몇 분 몇 시간 뒤 실종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사우디 검찰은 “협상팀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무사히 나갔다고 허위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터키 측은 사우디 검찰 측이 입장 발표가 일부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현지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사우디 당국이 여전히 중요한 질문인 시신 소재와 윗선 지시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터키 언론에 의해 세간에 밝혀졌다.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지난달 17일 카슈끄지가 살해됐던 상황이 담긴 오디오를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매체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14분 자신의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기다리던 요원들은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요원들은 카슈끄지의 손가락 여러 개를 절단,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참수했다.
녹음 파일에는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가 요원들을 향해 “(고문은) 밖에서 하라”고 말하는 음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알 오타이비 총영사는 지난달 16일 사우디로 귀국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