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박병대(61)·고영한(63)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두했다. 전직 대법관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은 오전 10시30분 심사를 10여 분 앞두고 연달아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책임소재와 심경 등을 물었지만, 두 전직 대법관 모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박 전 대법관 심사는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고 전 대법관 심사는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각각 심리한다. 당초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무작위 전산 배당으로 이언학 부장판사에게 맡겨졌지만, 이 부장판사가 관련 예규에 따라 재배당을 요구함에 따라 사건이 넘어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3일 두 전직 대법관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법관은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 옛 통합진보당 국회·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 여러 재판에 개입하거나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 확대를 차단하기 위해 수사 정보를 빼내고 영장 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 등을 받는다.
두 전직 대법관은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대법관을 상대로 한 영장실질심사는 처음인 만큼 구속여부 결정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6일 밤늦게 또는 다음 날 새벽 구속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