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수사에 사우디 정부가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내부에서는 국제 재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압둘하미트 귈 터키 법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터키 하베르튀르크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반복적으로 끈질기게 사우디인 (용의자) 송환을 요구했지만 사우디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사우디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어 “필요한 기술적·법적 절차는 (모두) 이행했다”며 “이제 결정만 내려지면 카슈끄지 사건을 국제 법정에 제소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송환)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이스탄불 법원은 지난 5일 카슈끄지 살해를 기획한 혐의로 전 사우디 왕실 고문 사우드 알카흐타니, 전 사우디 정보기관 2인자 아흐메드 알아시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9일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국민을 외국에 인도하지 않는다”며 송환을 거부했다. 알카흐타니와 알아시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지난달 13일 카슈끄지 피살 당시 상황의 녹음 내용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 카슈끄지 살해 직후 암살팀 간에 ‘전화로 상관에게 임무 수행 사실을 보고해라’라는 대화가 오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보 관료들은 여기서 언급된 상관이 무함마드 왕세자라고 보고 있다.
터키 내부에서는 국제 재판이 거론됐다. 터키 파흐렛틴 알툰 대통령실 공보국장은 사우디 정부의 송환 거부에 “실망스럽다”며 “세계가 국제법에 따라 이번 사건을 단죄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사회에 가장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제소한다면 재판까지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오승진 단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주터키 사우디총영사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양국 영사 관계 협약에 따라 양국이 국제 재판에 동의했다면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소한 후 재판까지는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며 “어느 부분을 국제법 위반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재판 기한이 조정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지난 10월17일 세상에 진상을 드러냈다. 터키 일간지 예니샤파크는 같은날 카슈끄지가 살해됐던 상황이 담긴 오디오를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 10월2일 오후 1시14분 자신의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으나 총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기다리던 요원들이 그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요원들은 카슈끄지의 손가락 여러 개를 절단,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참수했다. 녹음 파일에는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가 요원들을 향해 “(고문은) 밖에서 하라”고 말하는 음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알 오타이비 총영사는 사우디로 귀국한 상태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