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증권가는 유령주식 사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논란까지 사건 사고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안과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 등 대외 악재가 끊이질 않았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앞다퉈 코스피 3000돌파라는 전망을 쏟아냈지만, 현재 코스피는 2000~2100선의 박스권에 갇혔다. 연초 정부에서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코스닥 벤처펀드, KRX300 등을 내놓았지만, 코스닥 지수도 현재 700선이 붕괴됐다.
◇실물없이 주식 거래 가능…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4월 6일 오전 9시 30경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로 현금배당(주당 1000원) 대신 삼성증권 주식 총 28억1000주(주당 1000주)를 입고했다. 착오 입고된 주식 중 총 501만주의 매도주문이 체결돼 당일 오전 삼성증권 주가가 전일종가 대비 최대 11.7% 하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된 매뉴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도 고객 주식을 매도할 수 있어, 실물이 없는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은 주식매매 사고 예방을 위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분기 중 전 증권사에 대해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결과를 점검할 예정인 것.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삼성증권에 대해 6개월간 업무 일부정지, 구성훈 대표이사에 대한 직무정지 3개월, 과태료 부과 등을 의결했다. 한국거래소도 삼성증권에 대해 회원제재금 상한액인 10억원을 부과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제약‧바이오주 롤러코스터
금융감독원은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감리결과 사전조치안을 공개했다. 5개월 뒤 금감원은 재감리 결과를 증선위에 보고했다. 같은 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재감리 안건을 상정했고, 금감원은 증선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회계 정황 내부문건을 제출했다. 증선위는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및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한국거래소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대한 검찰 고발이 확인되면서 삼성바이오에 대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 착수, 12월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회사에 대한 상장유지를 결정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의 처분에 불복해 11월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종의 주가는 올 한 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거래소와 금융정보제공서비스 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지수는 올해 4월 1만6000대까지 상승했다. 5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감리 조치안을 통보, 의약품 지수는 한 달만에 25% 가량 급락했다.
그러다 의약품 지수는 8월부터 두 달간 25% 가량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바이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완제의약품 제조 승인을 획득하고, 셀트리온이 램시마 배지 기술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호재가 잇따랐던 것. 하지만 10월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이슈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면서 의약품 지수는 33% 정도 내린 1만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 지수도 비슷한 모습이다. 올해 4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 하락 전환해 7월엔 28% 이상 떨어진 9600대를 기록했다. 이후 두 달간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 이슈에 10월부터 한 달간 15% 가량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대외 악재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이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 7, 8월 두 차례로 나눠 1097개 품목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월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1100억달러에 달하는 상대국 제품에 5~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한때 양국 무역분쟁의 해결 기대감으로 증시가 반등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올 한 해 한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6월 이후 미‧중간 무역분쟁이 본격화 되면서 한 달간 5%(2310선) 이상 급락했다. 연초 대비 10% 가량 하락한 것. 10월엔 22개월 만에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는 네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금리 인상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확장됐던 유동성에는 부정적인 이슈로 받아들여 진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 축소 및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우려가 확산되며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
연준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년 금리인상 예상 횟수는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3000전망 어디갔나…코스피, 2000붕괴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는 코스피 등락범위를 2900~3100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KB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은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가장 높은 전망치인 3100을 제시했고, KB증권은 3060, 케이프투자증권은 3050, 대신증권은 3000을 전망했다. 이밖에 키움증권이 2919을 예상하고, 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은 2900을 제시했다.
사실 연초 코스피 시장은 1월 한 때 2600을 돌파하는 등 사상최고치를 이어 나갔지만, 이후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부각과 미 달러화 강세 등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 반도체 업황 위축 전망 등에 따른 대형 IT주 하락 등 영향으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10월 한 때 20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 활성화 추진에도 바닥친 코스닥
정부는 1월 모험자본을 육성해 창업기업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것을 목표로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소득공제혜택 등이 부여된 코스닥벤처펀드를 4월 초 출시했고, 혁신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를 정비했다. 또한 코스피와 코스닥의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KRX300지수를 출시하는 등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 지수는 1월 한 때 900 이상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바이오주의 하락과 글로벌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 외국인 순매도 전환 등 수급불안으로 코스닥 지수는 하락 반전했다. 특히 10월 초 800 밑으로 떨어지고, 같은 달 말 700 아래로 하락했다. 현재 650~700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