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대주주가 현행 자본시장법의 허점을 악용해 적은 비용으로 전환사채를 이용 경영권방어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은 2일 주권상장법인이 전환사채를 사모의 방법으로 발행한 경우 그 주권상장법인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해당 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사모 방식의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워런트(신주인수권)만을 양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환사채(CB)의 옵션거래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 박용진 의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러한 점을 악용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권 위협에 대비하고 시세차익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법안은 일명 ‘현대엘리베이터 방지법’으로 불린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15년 11월 ‘제35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액면 2050억원)한 뒤, 2017년 1월 17일 발행규모의 40%에 해당하는 820억원을 상환했다. 이어 같은 날 상환된 CB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현정은 회장과 현대글로벌에게 38억8600만원에 팔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통상 발행된 CB를 상환하면 CB를 소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같은 날 매수청구권을 부여해 820억원 규모의 CB를 소각하지 않은 채 놔뒀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거래를 통해 현정은 회장은 전환사채를 인수할 때의 10분의 1 미만의 자금으로 경영권 위협에 대비할 수 있게 됐고 향후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 콜옵션을 행사하여 시세차익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러한 방식은 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제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분리형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워런트(신주인수권만)을 분리해서 매매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에서 분리형BW의 사모발행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지배주주의 경영권방어에 악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현행법에 전환사채의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현대엘리베이터가 발행한 전환사채건은 처벌하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주권상장법인이 전환사채를 사모의 방법으로 발행한 경우 그 주권상장법인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그 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거래를 금지함으로써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없애 주주평등주의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라며 “대주주가 현행법의 허점을 악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전환사채를 이용한 경영권방어에 나서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소수주주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고자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