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살해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중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범행 대상이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으로까지 번지면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환자를 진료 중이던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가 흉기에 찔려 사망했습니다. 가해자는 임 교수가 치료하던 환자, A씨(30)였습니다. A씨는 조울증을 알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마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인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폭행은 수시로 이뤄져 왔고 살인사건은 계속됐다.”라며 “강북삼성병원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의료진이 진료현장에서 폭행 의도를 가진 사람이 접근하면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절대 개인의 힘으로 예방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의료진에 대한 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중범죄를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조현병을 앓던 30대 남성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80여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성수씨(30)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1㎏의 50대 여성을 폭행당해 숨진 사건, 한 남성이 약국에 난입해 약국 직원을 살해한 사건의 가해자도 모두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범죄로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쿡기자는 시민들의 새해 소망을 취재하던 중 한 여대생을 만났습니다. 그는 임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국민청원도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조현병, 조울증 환자가 두렵다는 청원이 다수 게재된 상태입니다.
이미 많은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다른 죽음, 막을 수 있을까요. ‘현재가 과거와 다르길 원한다면 과거를 공부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료진을 보호할 수 없었던 문제점이 제기된 시점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논의가 시급합니다. 오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강북삼성병원 의사피살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습니다. 국회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와 이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임 교수의 죽음이 헛돼선 안 됩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