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로 동료를 촬영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국가대표 선수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원심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부(김익환 부장판사)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모(27)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천선수촌 여자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하고 작동시켰다는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다”며 “이에 해당하는 증거는 자백 진술, 참고인 진술, 동영상이 담긴 CD와 USB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6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한 체육고등학교와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의 몰카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여자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경찰은 정씨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압수해 한달 가까이 복구 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끝내 영상은 복구되지 못했고 검찰은 물적 증거 없이 1심 재판을 맞이했다.
정씨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정씨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고 있으나 이를 보강할 증거는 영상을 봤다는 증인 2명의 진술뿐이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씨가 무죄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자백보강법칙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자백 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백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자백보강법칙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은 뒤집혔다. 항소심 준비 과정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 정씨가 지난 2013년 진천선수촌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해 촬영한 13분38초 분량의 영상을 폭로했다. 검찰을 이를 증거로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채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자가 건넨 CD 1장이 사건 해결의 스모킹 건이 됐다”고 전했다. 스모킹 건은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말한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