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빙상계가 전수조사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정부 대책,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정상화를 위한 감사, 대한체육회 수뇌부 총사퇴 등을 요구했다.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지훈 젊은빙상인연대 자문 변호사는 “심석희 선수가 용기를 내 길을 열어줬음에도 성폭력 피해를 본 선수들이 후에 혼자서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지도자들이 어째서 계속 승승장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빙상인연대는 먼저 “피해 선수들은 자신의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빙상계를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 두려움에 떨며 살아왔다”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이후 한체대에 교육부가 징계 요구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해 “‘이번만은 바뀌겠지’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대는 헛된 바람으로 끝났다”며 “빙상연맹은 ‘친 전명규 관리단체’로 변신하며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했고 한국체대는 전 교수에게 고작 감봉 3개월의 하나 마나한 징계의 면죄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빙상인연대는 “전 교수가 오랫동안 한국 빙상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은 빙상계를 포함해 체육계,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3가지 대책으로 정부의 전수조사와 실질적 제재안 명문화, 한체대에 대한 강도 높은 감사,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대한체육회 수뇌부 총사퇴 등을 제시했다.
먼저 정부에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서 빠르고도 과감한 전수조사’, ‘체육계 성폭력의 항구적 근절을 위해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안 제시’, ‘확정 판결 난 가해자 실명 홈페이지 공개’, ‘성폭력 빈발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워금 대폭 삭감’ 등을 요구했다.
한체대에 대해서도 “국립대이고 한국체대 교수들은 모두 교육 공무원 신분”이라며 “강도 높은 감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체대의 정상화 없이는 대한민국 엘리트 체육의 정상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마지막 요구사항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다. 빙상인연대는 “이기흥 회장과 대한체육회는 빙상연맹 해체라는 꼬리 자르기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미 국민과 체육계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손혜원 의원은 “젊은 빙상인 연대가 피해자의 확인한 피해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라며 “대부분 가해자가 어떤 제재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