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석 시인이 첫 시집 발간 후 그 동안 응축한 시어들을 모아 2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를 출간했다. 현재 예스24 문학신간 4위 및 신간 시집/희곡 신간 1위를 기록하고 출간 일주일 만에 2쇄에 돌입했다.
이번 시집에서 채광석은 잊힌 '혁명'과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역사 바깥으로 사라져버린 인물군상을 시로 불러내 현재화 하고 있다. 또한, 시단을 떠나 있던 그 동안의 삶과 철학을 녹여낸 시집은 386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만성적인 불안, 죄책감, 체념 그리고 새롭게 살아나는 희망과 기대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시대상이 드러내는 자전적인 시들로 가득하다.
시집은 총 4개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 '90 그리고 서른' △2부 '마흔, 무늬 몇 개' △3부 '쉰 즈음' △4부 '역사의 바깥'이 각 파트의 제목이다. 각각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의 삶 △40대의 슬픔과 회한 △개혁가를 꿈꾸었으나 끝내 선(善)이 되지 못한 자신과 동료들의 삶에 대한 반성 △이름 없이 스러져간 독립 운동가들의 삶을 주제로 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시작을 장식하는 시 '꽃도 사람처럼'의 시구는 이번 시집의 제목으로 사용됐다.
채광석은 1990년 '사상문예운동'으로 등단하기 이전부터 대학가에 익명으로 발표된 시들로 이미 청년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또 시인이자 비평가인 故채광석과 동명으로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의 마지막 시 '역사의 바깥 32 과꽃'이 故채광석 시인의 유작시로 잘못 알려져 세간에 회자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당시 공교롭게 故채광석 선배와 이름이 한자까지 똑같아, 죽었던 채광석이 다시 살아온 듯 반가웠다"며 채광석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채광석이 세상에 처음 내놓은 시집은 '친구여 찬비 내리는 초겨울 새벽은 슬프다'이다. 이 시집은 등단 직후 민족문학작가회의(현 한국작가회의) 노동문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보았던 당대 변혁적 현실주의, 진보적 리얼리즘을 그대로 녹여냈다. 이에 1992년 '대학생들이 읽어야 할 올해의 좋은 책 20선', '1992년 대학생들이 가장 즐겨 읽는 시집 3선 김남주, 채광석, 신동호 시집'에 소개되기도 했다.
27년만에 출간한 이번 시집에 대해 문학평론가들의 호평과 추천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서울대학 국문과 교수 방민호는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에 대해 "내가 걸어온 모든 것을, 상처와 고통과 죄책감과 새롭게 일어나는 꿈까지도 이 시집은 함께 나누어 갖도록 한다"며 "이 새로운 시적 자서전이 우리들로 하여금 가슴 깊이 도사린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타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채광석은 현재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남경 기자 jonamky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