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이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에 대한 한국 파견 취소를 검토 중이다. 한일 초계기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면서 군 전문가는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신문은 27일 방위성이 올해 봄 이즈모를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었으나 일정 취소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초계기 갈등으로 방위성이 한국과의 방위협력을 당분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다음달 해군 제1함대 사령관의 방일을 보류한다는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갈등은 일본 초계기가 우리 군함에 대해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자행하면서 빚어졌다. 국방부는 지난 23일 제주 서귀포시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우리 군함에 근접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경구 국방부 국제정책차장은 이날 오후 5시30분 일본 육상 자위대의 나가시마 토루 대령과 해상 자위대의 와타나베 다츠야 대령을 초치,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우리 군함의 대공 레이더에 표시된 이격거리 0.3마일(540m), 고도 200피트(60~70m) 등의 숫자가 찍힌 사진을 초저고도 비행의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본 방위대는 한국이 제시한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군 전문가는 GSOMIA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정현 한양대학교 융합국방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GSOMIA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한·미·일간 공조채널로 마련됐다”며 “북핵 이슈가 생겼을 때 미·일은 위성으로 북한 영상 정보를, 우리는 통신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외교적인 문제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고 있다”며 “현재는 그 전망 또한 밝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초계기 논란을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독도 문제가 아닌 이상 군사적인 측면에서 협조를 잘 해왔다”며 “이러한 전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 지지가 떨어지면서 보수 우익 중심으로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고 내다봤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