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발표함에 따라 낙태죄 처벌이 합당한지를 두고 찬반논란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헌재)가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가운데 오는 4월 중 위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위탁해 만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낙태 경험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은 총 756명으로 나타났다.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낙태를 한 이유(복수응답)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 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31.2% 등이 가장 많았다.
같은날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낙태죄 처벌조항인 형법 269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심리하고 있다.
현재 형법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태를 도운 의사도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앞서 업무상 승낙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1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A씨 측은 실제 낙태죄 규정이 임신중단 결정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간 17만건 상당 수술이 행해지고, 검찰의 기소 건수도 10건 이하인 점에 비춰 낙태 처벌 조항은 태아생명 수단이 아닌 선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 연합체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입장문에서 “연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은 인공임신중절을 범죄화하고 있는 형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고 인공임신중절의 범죄화가 여성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라며 “이번 조사는 여전히 임신중지 합법화를 통한 예방과 안전 보장이 아니라 현재의 법적 조건 하에서 ‘남녀 공동의 책임의식 강화’ 등 실체가 불분명한 대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오는 4월11일 낙태죄 위헌심판 선고를 내릴 전망이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이 오는 4월 퇴임을 앞두고 있고, 새 재판관 임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 전에 주요 사건 결론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