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 확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시민단체와 미국 내 수십개 주에서 줄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태연하게 트위터에 영상을 게재해 지탄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슬리퍼를 신고 긴 치마를 입은 흑인 여성이 머리와 어깨, 무릎, 발등을 이용해 솜씨 좋게 축구공 저글링을 하는 1분24초짜리 동영상을 리트윗했다. 이와 함께 “놀랍다(Amazing)”는 글을 남겼다.
리트윗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해당 글 앞뒤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에 대해 16개 주가 소송을 낸 데에 대한 비난글을 연이어 올렸기 때문이다.
해당 트위터 게시글에는 국가비상상태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트윗을 올렸다는 게 더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럼프는 정말 사람이었네. (트럼프가) 오바마나 힐러리나 FBI를 공격하지 않은 트윗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계속 이렇게 해봐요” “국가비상사태에 이런 걸 볼 시간이 있나 보네” “(저글링 하는) 여성 얘기를 하는 건가요 아니면 그 뒤에 벽(wall)을 얘기하는 건가요”라는 글을 남기며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같은날 CBS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이의 제기 소송을 준비 중이다. 뉴멕시코, 오리건, 미네소타, 뉴저지, 하와이, 코네티컷주 등도 이 소송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인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국익이 분명한 사안에 집중해 왔다”면서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의 미국 입국 시도 비율이 2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상황이 비상사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네바다, 뉴욕주 등도 소송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행정부는 비상사태의 적법성을 놓고 미국의 주 정부들과 소송전을 벌일 방침이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폭력조직, 인신매매 등은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라며 “국가비상사태 선포(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