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침묵을 깨고 ‘협상중단’과 ‘미사일 실험 재개’ 카드를 내세우며 미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협상중단은 물론 미사일 실험 재개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 당시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4월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모습이 위성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만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실험 재개를 강행한다면 화해 분위기는 사실상 끝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 부상이 ‘조만간 김 위원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은, 실제 실험을 재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에서 앞서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는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대화에 대한 결정은 북한에 달려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대답으로 볼 수 있다.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에 비해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며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묘사한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게 2차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돌렸다. 최 부상은 “이들이 적대감과 불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이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번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