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잡] 카카오 입사 5년 차 엠마의 하루

[알아보잡] 카카오 입사 5년 차 엠마의 하루

기사승인 2019-03-27 04:00:00

[편집자 주] ‘IT 강국’이 옛말이 되려 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 사라지기 일쑤다. 규제는 여전하고 인재는 부족하다.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노력도 치열하다. 국내 IT 기업들은 어떤 기업문화와 복지로 차별화를 뒀을까. ‘알아보잡’에서는 독특한 기업문화 및 복지 정책을 지닌 기업을 살펴본다.

▲ 오전 10시

“A씨는 세 살배기 딸을 품에 안고 지하철에 올랐다. 전날 밤 접촉사고를 당한 탓에 자동차는 수리 중이다. A씨는 오전 11시에 출근할 것임을 미리 ‘마이타임’에 기록해뒀다. 다행이다. 아이를 안고 ‘지옥철’을 탈 뻔했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 마이타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 본인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는 사내 시스템이다. 정해진 월 총 근로시간 내에서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의 일종으로, 전 사원의 마이타임은 공유된다. 회의 및 업무 일정 조정 등에 참고하기 위함이다.

▲ 오전 10시40분

“회사에 도착한 A씨는 가장 먼저 ‘늘예솔’로 향했다. 교사에게 아이를 맡긴 A씨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후에 잡힌 회의만 3개. 야근은 불가피할 듯싶다. 마감 전까지 아이를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 뒤 A씨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 늘예솔은 카카오가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운영하며 제주, 판교, 분당 등 3곳에 있다. 정원은 총 752명이다. 카카오 임직원 자녀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국내 IT기업 중 최대 규모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다.

▲ 오전 10시50분

“사무실에 도착하자 동료가 인사를 건네왔다. ‘엠마, 좋은 아침이에요’ A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 도착한 순간, 그는 카카오 크루 중 한 명인 ‘엠마’가 된다”

→ 카카오는 구성원들을 모두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설립 초기부터 수평 문화를 지향해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등한 상태에서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사장, 이사, 전무 등의 직함이 아닌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불러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눈다.

▲ 오후 2시10분

“노트북으로 작업을 이어가던 엠마가 기지개를 켰다. 다시 출근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아서일까. 유독 몸이 무겁다. 누가 그랬나. 휴가가 끝난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휴가라고. 엠마는 사흘 전 안식 휴가를 끝내고 복귀했다. 휴가 덕에 미국에 거주 중인 여동생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 당시 200만원은 꽤 유용한 경비로 쓰였다”

→ 카카오는 매 3년 근속 시마다 한 달의 안식 휴가를 부여한다. 이 기간에 급여와 함께 휴가비 200만원이 별도로 지급된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사용되며, 육아휴직에 붙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 오후 4시30분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대출금 이자 내는 날이라는 남편의 문자다. 신혼집은 전세로 마련했던 엠마지만 딸아이를 가진 뒤 상황이 달라졌다.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엠마 부부는 모아뒀던 자금에 7000만원의 은행 대출금을 보태 집을 마련했다. 7000만원까지는 회사에서 이자를 지원해주므로 출혈이 크지 않았다. 집 없는 서러움을 해결했더니 이자 내는 무서움을 경험할 뻔했다. 다행이다. 엠마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 주택구입, 주택임차, 생활 안정을 위해 카카오는 최대 7000만원의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지원한다. 카카오와 협약을 맺은 은행과 연계한 대출에 한해서다. 해당 은행의 금리와 상관없이 본인 부담 2% 이자를 제외한 이자를 지원한다.

▲ 오후 6시

“‘오늘 소모임 날이잖아. 안 가?’ 함께 티룸에 소속되어 있던 동료가 물었다. 중국 출장을 다녀온 크루가 좋은 차를 가져온 터라 함께 모이기로 한 날이다. 엠마는 고개를 저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늘예솔에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한 시간은 오후 8시. 2시간 동안 부지런히 업무를 마무리해야 할 터다. 다음을 기약하며 크루가 먼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카카오는 회사 차원에서 취미생활 및 교양 활동을 권장한다. 볼링, 당구, 게임, 밴드, 요가, 티룸(차를 즐기는 동호회), 축구, 보드게임 등 다양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동아리에 가입한 크루들에게 매달 1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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