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남았던 이른바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제보자가 16년 만에 등장했다.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30일 장기 미제로 남아있던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에 대해 방송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4년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 배수로에서 지름 60㎝ 좁은 배수관 안에서 여중생의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이다.
엄마와 통화를 하며 집으로 오던 엄양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이후 96일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나온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 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뿐이었다. 평소 엄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엄양이 숨진 후 범인이 칠한 것으로 추정됐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 3월 ‘그것이 알고 싶다’에는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당사자는 엄양과 이웃한 마을에 살던 한모씨였다. 한씨는 엄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끔찍한 사건을 겪었다고 밝혔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씨는 저녁 무렵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한 차례 거절했지만 결국 동승하게 됐고 도착지에 다다라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운전자는 문을 잠근 채 계속 운전했다. 한씨는 달리는 차 문을 억지로 열고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했다.
한씨는 운전자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손톱이 깔끔했다.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이라고 당시 남성을 기억했다.
16년이 지난 후 한씨는 “아이 부모님을 생각하면 미안했다”며 “그분들께 마지막 어떤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의 설명에 따라 용의자의 몽타주를 그렸고 한씨는 이를 보고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최면수사를 통해 차량번호가 “경기 735*”이라고 기억했다. 또 인근 공업사에서 나와 자신을 따라왔다는 것도 기억해냈다.
제작진은 해당 공업사에 찾아가 한씨가 봤다고 한 차량번호가 지난 2003년 당시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전산 기록이 2006년부터 남아 찾지 못했다. 다만 2006년 이후 공업사에 온 “경기 735*” 차량을 찾았다. 이는 인근에 사는 정모씨의 차량이었다.
정씨는 2003년 10월 해당 차량을 누가 몰았냐는 질문에 “아들이 끌다 엄마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아들은 20대였다. 이후 제작진은 정씨의 아들을 만났지만 아들은 직업상 해당 시간에 포천에 있을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씨가 증언한 175㎝의 호리호리한 체격, 깔끔한 손 등의 몽타주 속 외모와 정씨 아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