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정도를 쓰시오”…인권위 권고에도 ‘가난’ 증명 요구한 서울대

“절박한 정도를 쓰시오”…인권위 권고에도 ‘가난’ 증명 요구한 서울대

기사승인 2019-04-01 09:01:27

국가인권위원회는 2년 전 ‘가난을 증명하라’는 식의 장학사업 신청 양식 사용을 지양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는 여전히 이러한 신청서 양식 작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사회대 석사과정 두 학기째인 A씨는 단과대 장학금인 ‘선한인재지원금’을 신청하려다가 신청서 양식을 보고 포기했다. 그는 “개인 사정으로 장학금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신청서에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시오’라는 문구를 보고 자존심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선한인재지원금은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장학 수혜자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소액기부를 통해 갚는 방식의 장학 제도다.

보도에 따르면 2019학년도 1학기 선한인재지원금 신청서 자기소개서에는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면 선발에 참고하겠다”고 돼 있다. 지원자에게 경제적으로 절박한 정도를 세 등급으로 나눠 선택하라고 했다.

대학원생 B씨도 “장학금 수혜 인원은 이미 정해져 있을 텐데 결국 자기소개서에 적은 경제적 형편으로 다른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지난 2017년 인권위는 “대학 장학금 지원서에 어려운 가정·경제 상황을 적게 하는 것은 신청 학생의 자존감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이같은 관행을 지양하라고 대학 당국과 장학재단에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신청 학생의 가정·경제적 상황은 객관적인 공적 자료를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장학금의 취지나 목적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사회대 장학업무 담당 관계자는 “장학금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경제적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 활용됐다”며 “2017년 인권위 권고사항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음 학기부터 논란이 된 해당 문구를 삭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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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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