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의 친동생을 10세의 어린애가 죽였다. 말이 되는 일인지 의심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관객을 멈칫하게 한다. 과연 소녀는 자신의 동생을 죽였을까.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은 칠곡아동학대사건이라는 실화를 토대로 아동학대의 숨겨진 이면을 들여다본다.
오직 출세만을 바라던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자신의 친동생을 죽였다고 충격적인 자백을 한 소녀 다빈(최명빈)을 만난다. 아이의 새엄마 지숙(유선)은 언뜻 보기에 다빈과 민준(이주원) 남매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여인이지만, 정엽이 마주한 진실에서 그녀는 또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어린 의뢰인’ 제작발표회에서 장규성 감독은 “아이를 세 명 키우고 있다”며 “감독이기 이전 한 사람의 부모인데, (칠곡아동학대사건을 접한 후)부모의 마음으로 안타깝고 화가 나 ‘어린 의뢰인’을 시작하게 됐다”고 제작 계기를 털어놨다. 아동학대를 다룬 만큼 가장 유의한 것은 아역 배우들을 정신적으로 보살피는 것이었다고. 장 감독은 “아역 배우들이 자칫 잘못해 트라우마를 가지게 될까봐, 심리치료사를 계속 옆에 두고 관찰했다”며 “아역 배우들에게 ‘이거 연기인 거 알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을 만큼 (아역 배우의)그런 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사건인 만큼 새엄마 역을 찾는 데는 많은 품이 들었다. 실제로 수많은 여배우들이 고사했다고. 하지만 유선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하겠다’고 장 감독에게 연락했다고. 유선은 “이런 시나리오가 내게 와서 너무 감사했고, 고민 없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답도 읽자마자 드렸더니 (장 감독이)은인을 만난 것처럼 너무 감사해하시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막상 캐릭터 디자인에 들어가서 유선 또한 많은 고민을 했다고. 유선은 “내가 맡은 지숙의 악한 행동에서 원인을 찾기에는 너무 악하더라”라며 “감독님은 내게 이유를 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할만한 캐릭터를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이유 없는 악인은 없다 싶어서 이유를 끊임없이 찾으며 정신병 등 여러 가지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독한 말과 무서운 행동을 해야 하는 대상이 아이라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한 유선은 “영화의 동기에는 공감이 돼서 참여했지만, 맡은 역은 가해자이기에 스스로 거기서 느끼는 충돌이 굉장히 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엽 역을 맡은 이동휘도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연기자로서)영화라는 것이 뭘까 고민하던 시기에,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재미있는 영화도, 볼거리가 풍성한 영화도 있지만 다양함 가운데에서 누군가는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나리오를 보고 스스로에게 정말 많은 질문을 던졌다고. 이동휘는 “과연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계속 찾았다”며 “가족으로 맺어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아동 학대를 접하게 된다면)어느 정도로 개입해서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고 전했다. 또 “사회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어른의 미안함을 정엽 캐릭터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했다”고도 털어놨다.
‘어린 의뢰인’은 오는 5월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