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의 역사는 바다와 깊은 연관이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브레게(Breguet)의 마케팅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엠마뉴엘 브레게’의 말이다. 그는 지난 12일 열린 '뉴 마린 컬렉션' 론칭 행사에 참석해 본 제품을 두고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브레게의 창립자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7대 직계손이기도 하다. 바다와의 연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이날 행사는 서울 한강 반포지구의 요트장 '더리버'에서 진행됐다.
브레게는 시계 브랜드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품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1747~1823)는 고급 시계의 표준을 제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최고급 시계에 활용되는 기술 대부분은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 특히 뚜르비옹(중력에 의한 시간 오차를 줄이기 위한 보정 장치),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은 브레게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그중에서도 ‘마린 컬렉션’은 브레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꼽힌다. 브레게는 과거 대양을 누볐던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1815년 루이 18세로부터 프랑스 왕정 해군을 위한 크로노미터(정밀 시계) 제작자로 공식 임명된 바 있다. 이 직책은 당시 시계 제조업자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런 자리였다.
‘마린 컬렉션’에는 이러한 브레게의 역사가 녹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 브레게가 선보인 ‘뉴 마린 컬렉션’은 기존의 ‘마린 컬렉션’을 좀 더 현대적 감성으로 해석해냈다.
이날 행사에는 본 컬렉션의 최상위 제품인 '마린 에콰시옹 미상 5887' 뿐 아니라, 항해와 관련된 새로운 미학적 요소를 적용한 3세대 마린 컬렉션 '마린 크로노그래프 5527', '마린 데이트 5517', '마린 알람 뮤지컬 5547'이 한자리에 전시됐다. 기존에는 회오리 문양이 시계 배경에 자리했다면, 뉴 마린에는 파도 문양이 등장했다.
가장 고가의 제품은 '마린 에콰시옹 미상 5887'이다. 무려 2억원대의 가격을 자랑한다. 내노라하는 장인들이 초소형 부품들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냈다. 브레게가 모든 기술을 총 집약해 공을 들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타임피스’로 평가받고 있다. ‘뚜르비옹’이 적용된 것은 물론, 섬세한 디테일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이날 행사에는 ‘뉴 마린 컬렉션’의 일부 모델을 실제 착용해볼 기회도 주어졌다. 티타늄 소재를 사용한 ‘마린 데이트 5517’는 노을에 빛을 발하며 영롱한 빛을 뿜어냈다. 손목에 묵직함은 느껴졌으나 딱히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티타늄을 활용해 가볍지만 견고한 것이다. 3시와 4시 방향 사이에 날짜 알림 기능을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가격은 3천만원에서 4천만원 선.
이처럼 브레게에 있어 바다는 특별하다. 이 때문일까. 브레게는 해양 보호에도 적극적이다. 브레게는 스위스 비영리 해양보호 단체인 ‘레이스 포 워터 재단’과 지난 2018년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해양 생태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인 ‘오디세이 2017-2021’를 후원하고 있다. 이 재단은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등의 해양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엠마뉴엘 브레게는 “브레게는 최고의 워치메이커로서, 바다와 함께한 역사를 바탕으로 오늘의 현대적인 ‘뉴 마린 컬렉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서 “시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양 항해에 대한 브레게의 정신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