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부산 강제동원노동자상(노동자상) 철거와 관련 부산시와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강제동원공동행동 등 103개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부산시의 노동자상 기습철거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노동자상 기습철거 규탄한다’ ‘철거는 친일이다’ ‘강탈한 노동자상 반환하라’ 등의 피켓을 든 20여명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부산 노동자상은 지난 12일 부산시의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됐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와 노동자상의 임시건립 문제가 원만히 합의된 지 6시간 만에 철거를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을 들은 부산시민들이 부산시청에 항의하러 갔지만 경찰 병력으로 막아서고 그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산시의 일방적이고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지금까지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노동자상 건립에 대해 부정적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정부도 한·미·일군사협력과 일왕 즉위식 등을 고려해 일본 정부의 눈치보기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상 기습철거도 이와 같은 눈치보기의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천만 촛불 시민의 힘으로 탄생했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간절히 호소한다. 노동자상을 통해 수백만 원혼을 추모하는 일에 정부가 어깃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 노동자상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됐던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제작됐다. 지난해 5월1일 부산 동구 일본 총영사관에서 100m 떨어진 정발 장군 동상 부근 인도에 임시 설치됐다. 동구청은 같은해 5월31일 철거,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으로 노동자상을 옮겨 놨다. 시민단체는 행정대집행 비용 119만원을 내고 노동자상을 되찾은 후 지난 3월1일 정발 장군 동산 인근에 다시 임시 설치했다.
이후 부산시와 동구청, 시민단체가 노동자상 설립 위치를 두고 협의를 벌여왔다. 그러나 부산시는 “시민단체가 법적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12일 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해 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 놨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공론화를 거쳐 설치 위지를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시민단체의 면담 요청에는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