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개혁)에 대해 관계기관인 한국은행이 거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이 더 격해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금통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를 판단할 때 경제활력을 위해 해야할 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는 했지만 정치권 합의 에서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발을 뗀 상태다.
지난 2005년 이후 재점화된 화폐개혁 시기에 관한 찬반이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여당이 논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내달 공개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화폐개혁이 초래할 사회적 부작용이 큰 만큼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치(2.6%)보다 0.1%p 낮춘 2.5%로 제시했다. 이는 1분기 수출과 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한데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한은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통위는 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성장률 전망치에 추경 반영됐나
이번에 연간 성장률을 낮춘건 1분기 중 수출 흐름을 점검해보니 예상보다 낮은 걸로 파악해 이걸 반영한 데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 드린다. 앞으론 정부 추경을 포함해 재정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부진했던 수출 등이 완화될 것으로 보여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4월 전망에는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 전망에 반영하려면 추경 규모나 구성내역, 지출 시기 등이 명확해야 한다. 다음 전망에는 (추경) 효과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통방회의 의결문에 완화정도 추가조정 여부 문구 지운 이유는
최근 성장과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통화정책에 방향성을 사전에 접목시키기 보다는 불확실성, 앞서 언급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 지, 성장과 물가 흐름이 어디로 갈지 지켜보면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문구를 삭제했다고 해서 바로 (금리)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건 전혀 아니라는 점 말씀드린다.
성장률을 낮췄는데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으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우려가 있는게 사실이나 물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 원인과 앞으로 여건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다.
디플레이션은 가격이 서비스 전반에서 지속 하락하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이나 정부 정책 효과 등을 제외하고 지표만을 놓고 본다면 물가는 1% 중, 후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도 임금상승세가 이어지고 공급 측면에 물가 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은 1%대 초, 중반 말씀드렸는데 1%대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월 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인하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 성장 전망, 물가, 금융안정상황 등을 다시 한 번 짚어보니 그래도 이러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 말씀 드린다.
수출회복 전망하나
수출이 하반기에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보는데 연간 전체로 보면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반도체다. 우리도 전문기관 전망을 참고한다. 기관 전망을 종합해보면 반도체 부진상황은 일시적 조정 국면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다시 살아나면서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견해를 다소 기관에서 밝히고 있다.
3월 중 지표를 보면 반도체 수출 물량 회복 속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다수 전문기관 하반기 회복 전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해주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도 (수출이)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지난 간담회에서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시기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뒤로 가지 않겠느냐, 회복속도가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는 점을 인용했었다. 그런 견해가 아직 있는 만큼 반도체 경기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금융안정,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준 줄었는지
금융안정 상황을 평가하는 대표요소는 가계부채다. 1차적으로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 폭을 보이고 있고 그것이 주택경기나 정부의 강력한 복지 정책 결과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저희들이 가계부채 규모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OECD 평균 보다 상당히 높고 부채 규모가 경제 성장을 제약할 위기 수준까지 왔다고 하는 경고도 일부 기관은 보내고 있다.
가계부채가 명목 소득을 넘어서는 증가세가 지속되는 건 개선이 돼야 하겠다. (증가세가) 많이 줄었지만 소득을 웃도는 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안정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건 성급하다. 하지만 금융안정상황은 계속 경계를 늦출 수 없다.
고용 상황을 평가한다면
취업자수가 두 달 연속 20만 명을 넘어서는 증가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자동차나 조선업 등 고용상황은 구조조정과 업황부진으로 아무래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디노미네이션 입장 밝힐 수 있나
지난달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질문이 있어서 그야말로 원론적 차원에서 답을 했다. 그 후에도 확실히 말씀드렸다. 분명한 건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그야말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은 입장에서 보면 우리 경제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정한 상황이다. 이러한 경기 고려할 때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 보다 우리 경제 활력과 생산성 제고에 집중해야할 일이 더 많고 중요한 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