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업계의 ‘초저가’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영업환경 속에서 '살'을 깎더라도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마트업계는 불경기, 규제, 온라인 할인점의 공세에서 실적이 감소하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저가의 이면에는 '이대론 안된다'라는 마트업계의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1주년과 롯데 7개 쇼핑몰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 온(ON)’ 탄생을 기념해 온·오프라인 최저가인 ‘극한 가격’을 진행 중이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쿠팡을 대놓고 언급하며 창끝을 겨눴다. 롯데마트는 다음 달 1일까지 2주간 총 16개 품목을 오프라인은 이마트보다, 온라인은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팔겠다고 선언했다.
매일 단위당 가격을 비교해 최저가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대표 상품은 ‘팔도 비빔면(5입)’ 3530원, ‘비트 액체 진드기 세제(각 3L, 일반·드럼)’ 각 6800원, ‘롯데푸드 라퀴진 베이컨(120g×2)’ 5980원 등이다. 롯데마트는 향후에도 ‘극한 가격’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도 했다. ‘초저가’가 단기 마케팅 행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는 올해 초부터 ‘국민가격’ 마케팅을 벌여 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중간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며 “스마트한 고객으로 결국 ‘중간’은 사라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가지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한 경고까지 한 바 있다.
이마트는 장바구니 핵심 상품을 엄선해 물가 부담을 낮추겠다고 공언해왔다. 기간을 정해 삼겹살, 전복, 천혜향 등 신선식품 위주로 온라인 가격보다 싸게 선보였다. 매월 두 차례에 걸쳐 일주일씩 진행하며 최대 60%의 할인율을 제공했다. 온라인과 붙어도 이길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고객들을 다시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국민가격’ 품목들은 상당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 ‘990원 활전복’은 1주일 사이 74톤이 판매되면서 최단 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설 직후 판매된 '한 마리 광어회'는 한 달 판매 물량 50톤이 1주일 만에 완판 됐다. 지난 3월에 진행됐던 '오렌지 무한담기' 행사 때는 주말 단 이틀간 일주일치 판매분 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초저가’ 경쟁이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치킨 게임’으로 이어져 업계의 수익이 동반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경쟁사를 꺾기 위해 저렴한 제품 공급에만 매달릴 경우 결국 수익성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할인몰과 편의점에 치이는 형국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소셜커머스의 경쟁도 치열한 만큼, 마트도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형마트 간 벌어졌던 10년전 가격 경쟁이 재현되는 것은 물론, 이는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