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의 얼굴이 공개된 가운데, 흉악범 신상 공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고있다.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살해한 안씨 신상이 지난 19일 공개됐다. 경찰은 같은날 그의 이름과 나이를 발표했다. 난동을 부리다 다친 손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으로 향하던 안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얼굴을 드러냈다.
안씨의 신상 공개는 지난 2010년 4월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례법)에 따른 것이다. 특례법은 같은해 경기도 서남부 지역에서 여성 7명을 연쇄 살인한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다. 특례법에 의하면 범행이 잔인하거나 증거가 충분한 경우 또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공익에 부합하고, 피의자가 미성년자가 아닌 경우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특례법에 따라 얼굴이 공개된 흉악범은 ▲손님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에 유기한 변경석(35) ▲PC방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한 김성수(30) ▲여중생인 딸의 친구를 납치한 뒤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7) ▲골프 연습장 주차장에서 40대 주부를 목 졸라 살해한 심천우(33) 등이다.
특례법이 개정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적용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시민들의 빗발치는 요구에도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의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모(37)씨 ▲의정부시 사패산에서 등산하던 50대 여성의 목을 조르고 폭행해 숨지게 한 정모(48)씨 등의 경우가 그렇다. 강력 전과가 없고 정신병력이 있다는 이유에서 경찰은 피의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법조 전문가는 흉악범 신상공개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문호 호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흉악범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형사 소송의 근본 원리인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피의자 개인의 인권이 보호되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는 다시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된다”며 “사건의 피해 정도와 공익의 우선 정도를 따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상정보 공개 조건이 큰 틀에서 정해지고 있어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법원의 판단, 기타 사례 등을 연구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