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내 동물학대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동물실험에서 진행되는 비윤리적 행위를 막을 수 있는 새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동물권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비글구조네트워크(구조네트워크) 등 동물보호단체는 24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비윤리적 복제사업을 영구 폐지하고 책임자인 이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교수의 동물윤리 위반은 지난 2011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결국 유야무야 됐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개가 희생됐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 사태는 현재 국내 동물실험 현실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을 총망라하는 극명한 사례”라며 “정부와 국회는 실질적이고 효력 있는 방안과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실험실 내 동물학대 논란은 동물실험견 ‘메이’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메이는 서울대 실험실에서 ‘안 먹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등 잔인한 실험을 받았다. 구조네트워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메이는 생전 갈비뼈가 다 보일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또 사료를 먹다 코피를 쏟는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법도 메이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행위를 막을 수 없었다. 동물보호법 제24조는 국가를 위하여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에 대한 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5년간 인천공항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한 메이에 대한 실험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외부 감독은 어렵다. 정부가 직접 동물 실험의 윤리성과 적절성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든 ‘실험동물에 관한 법’에는 대학 등 교육기관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윤리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실험 시행기관은 동물 보호와 윤리적 취급을 위해 윤리위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윤리위는 실험 전 동물실험 계획서를 심사하고 사후 점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서울대 윤리위 측은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문제는 일차적으로 연구자 책임이라며, 동물의 사인이나 사후 처리까지 보고받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윤리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최근 동물실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는 신중하게 결정되야할 문제”고 설명했다. 이어 “고민없이 시행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심사해 동물실험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며 “이를 관리하는 윤리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기관이 동물실험에 관한 법 적용대상에 포함되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채 팀장은 “동물의 관점에서 동물복지를 보장해야 하지만 현행법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교육기관도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