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가 ‘계약학과’를 개설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산학종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연세대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교내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오는 2021학년도부터 운영한다고 신고했다. 신입생 모집은 내년부터 시작한다. 향후 연세대와 삼성전자는 학사·석사 통합과정 운영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학과 제도는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에 근거해 지난 2004년 만들어졌다. ‘전문 산업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유형은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 ▲산업체 직원의 재교육을 위한 ‘재교육형’ 두 가지다. 연세대의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채용조건형에 해당한다.
제도가 도입된 이래 시행 기관이 늘면서, 산학종속이 우려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8년 전국 대학 계약학과 설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채용조건형은 21개 학과에 입학 정원은 440명이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삼성전자 100% 채용’을 조건으로 하는 대표적인 계약학과 제도 운영 기관이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최근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와 계약학과 개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계에서는 계약학과가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태훈 정책부위원장은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계약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계약학과가 있는 대학교와 없는 대학교 간의 서열 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대학교에서 고등교육을 학습해야 할 학생들이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라고 비판했다.
교육 전문가는 대학교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민종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교의 목표는 학생들이 사회에 공적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서 “기업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의 입맛에 맞게 학생을 교육하겠다는 것은 공공교육이라는 학교의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필요한 인재 양성은 사내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